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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북한 식량난 Ⅳ - 매년 거듭되는 식량난 타개책


북한이 올해 지난 1990년대 중반의 대기아 사태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것이라는 유엔 등 국제기구와 민간 지원단체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식량난에 지난 여름 큰물 피해와 국제 곡물가격 급등 등 악재가 겹쳐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적게는 1백만t에서 많게는 1백60여만t에 이를 것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번 주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 식량난의 실태와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특집시리즈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순서로 해마다 거듭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 타개 방안을 살펴봅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북한주민들은 스스로 식량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변하지 않는 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탈북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중국 국경에서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겠지만, 탈북할 수 없는 배고픈 주민들은 도대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긴 한숨과 안타까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의 대량 아사 사태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현재까지 북한 식량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에게 북한 식량난의 해법을 물었을 때, 이들은 모두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와 유엔아동기금, UNICEF의 현장 요원으로 북한의 기아 사태를 최일선에서 지켜봤던 헤이젤 스미스 영국 워윅대 교수는, 북한 당국의 개선과 정치적 안정 없이는 북한주민 개개인에게 희망은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식량난의 단기적인 해결 방안은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스스로 경제를 재건해 자급자족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국제 구호단체 '월드 비전'의 빅터 슈 북한사업국장은 북한의 수확량은 수해가 발생하지 않은 풍작일 때도 전체 국민의 60%를 먹일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선 정치적 이유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들지 않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핵 문제와 함께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지원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모니터링' 때문이라고, 국제기구와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식량을 지원해도 배를 곯는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식량계획,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북한에서의 식량 지원 활동은 모니터링 요원들에 대한 제약 때문에 전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을 신뢰하면서 식량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려면 북한 당국의 보다 유연한 태도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만으로는 북한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의 절대량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 외에 차관 형식 등을 비롯해 싼 가격으로 곡물을 들여올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제 재난구호 전문가인 존 나우에 박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식량난은 경작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식량 수입도 매우 중요하다며, 수입 확대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두번째로 북한 농업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게 필요합니다. 현 상황에서는 북한 경작지의 단위면적 당 생산량을 늘리는 농업기술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민간단체 '글로벌 리소스 서비스', GRS에서 북한 내 콩 재배 협동농장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해롤드 토마슨 씨는 단순한 식량 지원보다는 식량 증산 활동에 보다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GRS측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어떤 비료가 북한의 토양에 가장 잘 맞는지에 대한 실험과, 기술 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원의 일환으로 대북 식량 지원의 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스스로 식량을 재배해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지원 방식에는 '모니터링'에 대한 우려가 필요 없습니다.

로버트 스프링스 GRS 회장은 지난 2002년 일방적인 대북 식량 지원은 끊었다면서 협동사업의 일환으로 콩 재배 농장과 두유 재배 공장을 세우는 등 지속가능한 지원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프링스 회장은 4년 전 북한에 설립한 염소목장과 우유 생산 공장을 지난 해 가을 방문했을 때는 자신들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자생력이 길러져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협력사업' 형식의 이같은 식량 지원이 3~4년의 정착기간을 거치면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재해예방 사업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농업 생산기술을 높였다 해도 매년 큰물 피해가 거듭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재해 예방사업에도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국제적십자연맹, IFRC는 평안북도, 함경남도, 황해북도 등 3개 도, 총 50개 군에서 진행 중인 '지역 재난 방지' (Community-based disaster preparedness), 이른바 CBDP 사업을 올해부터 확대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름철이 오기 전까지 북한에 지원된 시멘트 9백 t 으로 댐과 배수 시설을 보강하는 사업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에바 에릭슨 IFRC 북한 사업 담당자는 북한 당국 역시 재해 예방을 위한 기반 시설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어, IFRC의 추후 지원사업은 이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의 국제사회의 지원 외에 북한 당국 역시 자생적으로 생겨난 장마당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1990년대 후반 대량 아사 사태 때와 현재는 장마당의 기능 활성화로 식량난의 해법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이 장마당을 통해 최악의 식량 공급 등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배급이 안됐을 때 아무 대처 없이 그냥 굶어죽는 측면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그 때는 장마당이 있다손 치더라도 장마당에서 나올 수 있는 식량이 더 한정이 돼 있다고..."

그러나 전문가들이 제시한 이런 모든 해법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개혁 개방, 그리고 경제 재건을 위한 북한 당국의 획기적인 변화 뿐이라는 것입니다.

헤이젤 스미스 영국 워윅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정치상황이 안정돼 국제금융체제의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 역시 자신은 지원 방식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며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산업을 부흥시켜 뭔가를 생산하고, 이를 해외에 팔아 벌어들인 외화로 식량을 스스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식량난의 지속가능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지리적 장점과 풍부한 노동력 등을 결합해 매력적인 투자처로서의 장점을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소리, 서지현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식량난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 보는 기획 시리즈, 그 네 번째 순서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마다 거듭되는 북한 식량난의 해법을 진단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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