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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북 지원단체, 북한에 지원한 물자 모니터링 강화키로


한국의 민간 지원단체들이 북한에 제공하는 물자들에 대한 검증체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보다 투명한 대북 지원의 필요성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내 58개 대북 지원단체들의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북한 지원 물자에 대한 모니터링과 소속 단체의 재정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지난 해 5월 대북 지원시 모니터링 등을 골자로 한 ‘공동행동규범’안을 만들어, 지난 26일 운영위원회에서 검토한 데 이어, 조만간 상임운영위원회를 열어 규범안의 채택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상임운영위원단체 중 하나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이종무 소장은 31일 “대북 지원의 인도주의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규범안을 만들어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장은 “민간 지원단체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단일화된 창구를 만들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민간 대북지원 사업 13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민간 단체들의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이종무 평화나눔센터 소장] “대북 지원사업을 하는 60여개의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지원사업과 관련해 공동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었고, 북측에선 사실상 창구가 하나인 반면에 남측에선 다양한 활동이 있어 일정한 정도의 규범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상당히 늦은 감은 있지만 1년 만에 공동으로 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를 거친 것으로 민간단체들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담은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규범안은 대북 지원 원칙으로 인도주의 정신에 기초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원 사용의 투명성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5조 3항에는 지원물자가 북한 주민에게 직접 전달되는지, 또 지원물자가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토록 돼 있습니다.

남측 민간단체들은 이 같은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추진 단계별로 실적을 평가하고 사업의 수행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월드비전 김혜영 주임은 “북한을 돕지 못하는 이들을 대신하는 시민단체의 책임성과 대북 사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월드비전 김혜영 주임] 순수한 인도적인 목적에서 가치관과 정신도 중요하지만 모니터링이라는 건 우리가 하는 사업에서 최소한의 담보조건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저희가 직접 북한을 돕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이 지원을 해주면서 우리가 그 모든 사람들을 대신하는 책임성을 갖고 NGO가 활동을 해나가는 게 결국 NGO의 생명을 가장 길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북쪽에서도 NGO가 모니터링 활동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거나 문제를 삼지 않아요.

하지만 분배 투명성을 명문화함으로써 오히려 대북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민간 단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요즘 같은 상황에서, 모니터링을 강조한다는 방침이 자칫 북한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며 “오히려 명문화된 규정으로 민간단체들이 대북 지원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사업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원사업 계획을 단체들간에 공유할 것도 명시돼 있습니다.

이로써 그 동안 단체별로 따르던 내부 규정 대신, 보다 통합된 규범 제정으로 좀더 효율적인 대북 사업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박창호 사무국장은 “북한 체제의 특성 때문에 민간단체의 대북 협상력이 떨어지고, 북측이 요구하는 특정분야와 지역에 자원이 집중돼온 면이 있었다”며 “공동규범이 시행된다면 향후 지원사업의 중복 편중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박창호 사무국장] "북측이 갖고 있는 정책이 평양 근교에는 남측 지원단체들이 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저희 단체들은 더 취약한 곳에 지원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구요. 이를 공식적으로 협의체 차원에서 보다 취약한 곳으로 들어가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일정부분 반영됐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가하면, 공동규범을 마련함으로써 일종의 대북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이 같은 규범을 명분으로, 보다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북측에 요청하거나, 북측이 당초 합의사항과 다른 요구를 해올 경우 거부할 있는 대북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남북 나눔운동 김진숙 간사는 “단순히 규범안을 채택했다고 해서, 대북 지원활동에 있어 공신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며 “북한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규범안의 의미와 효용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등 남북간에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남북 나눔운동 김진숙 간사] “북쪽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고 해서 북측에서 수락을 하느냐는 북측의 문제거든요. 이를 위해선 신뢰를 쌓고 시간을 갖는 작업이 필요하구요. 단순히 채택했다고 해서 공신력을 갖고 적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경북대 정외과 허만호 교수는 이와 관련, “각기 개별적으로 움직여온 민간단체들이 통합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면서도 “대북 지원사업을 남북관계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세계식량 기구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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