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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가 대남 압박 주도, 남북경색 장기화 우려’


개성공단 내 한국 정부 요원 퇴출과 미사일 발사, 한국 정부를 겨냥한 강경발언 등 북한의 잇따른 대남 공세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군부가 대남 압박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명박 새 정부에 대한 북한 정권의 공세 수위가 앞으로 점차 높아지면서, 경색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세의 전면에 군부가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 29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장이 남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에 포함된 ‘위임에 의하여’라는 표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위임에 의하여’ 혹은 ’상부의 뜻을 받들어’라는 표현은 과거 남북 간 어떤 합의를 이뤘을 때 북측이 합의주체를 밝힐 때 쓰던 표현이라며, 이번 통지문의 경우 북한 군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을 받아낸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측 장성급 단장 전통문에 보면 ‘위임에 의하여’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이는 국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김정일 위원장의 결심을 받은 것이다 이런 측면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김 위원장의 결심을 받았다는 것은 일단 행동을 전제로 한 통지문으로 해석을 해야 합니다”

양 교수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북한 군부가 남북 당국 간 회담 중단을 거론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번 통지문은 사실상 군부가 김 위원장의 결심을 기초로 대남 압박의 전면에 나섰음을 의미해 향후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9일 남북장성급 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은 남측 수석대표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군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을 ‘선제타격 폭언’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북남 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 당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한국 측이 “북측의 오해”라는 유감 표명 수준의 대북 답신을 하더라도 긴장관계로 치닫는 현 상황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남측의 유감이든 무엇이든 다음 단계 행동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남측의 유감 표명은 그렇게 효용성이 없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국방부는 북측이 김 합참의장의 발언을 과잉해석한 측면이 있어 유감표시를 해야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자칫 북측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답신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답신 여부를 부처 간 조율을 거쳐 4월1일쯤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평화번영의 기회, 찌부러지는 위험한 도발’이라는 평양발 기사에서 “만약 남조선 당국의 도발적인 언동으로 인해 조선반도에서 긴장이 격화될 경우 그것이 6자 회담 합의 이행과 핵 문제 해결의 과정을 역전시키는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증은 없다”고 밝혀 남북관계의 악화가 6자회담 진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 교수는 이에 대해 “다분히 4월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라며 “남북관계 경색이 북 핵 문제 진전과 북-미 관계 개선에 이롭지 않다는 점을 부각해 한-미 간 불협화음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북한 내부에 이같은 강경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1일 한국의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계산 아래 압박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북측이 남측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선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 침범도 도발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계속 지금 남쪽의 태도를 지켜보다가 특별하게 움직임이 없으면 더 강수를 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심한 말을 쏟아낸다든지 또는 서해상에서 꽃게철이 되기 전이라도 NLL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그런 행동을 취해서 우리가 거기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하고…”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남북 간 긴장고조가 한국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국가위험도 이른바 ‘컨트리 리스크’ 에 얽매인 현재의 대북관계는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게 이명박 정부의 시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동 팀장은 “북 핵 문제를 포함해 남북관계의 궁극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로 미뤄볼 때 남북경색 국면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기화 하더라도 바로잡을 것은 바로 잡겠다는 게 남측 정부의 생각이고 북측 입장에선 그동안 익숙해진 환경에서 바뀌는 것에 대해 당연히 반발이 있게 되니까 장기화는 불가피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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