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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핵 폐기시 과학자들 평화적 에너지 활동 투입 희망’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놓고 북한의 군부와 외무성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북한은 핵 폐기시 실직하게 될 핵 과학자들을 평화적 핵 에너지 개발에 투입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달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방북단의 보고서 내용을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지난 달 북한을 방문했던 리처드 루거 (Richard Lugar) 상원의원의 고위 보좌관인 키스 루스 (Keith Luse) 씨는 최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방북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핵 문제를 둘러싼 내부갈등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루스 씨는 보고서에서 “미국 등 북 핵 6자회담 당사국들과 실질적인 관계를 가지려는 북한 외무성의 노력을 군부가 방해”하고 있을 수 있다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루스 씨는 “북한 내 여러 경쟁세력 간의 균형을 잡으려는 김 위원장의 노력이 군부 강경파에게는 너무 지나친 것 (a stretch too far) 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핵을 궁극적 억지력으로 간주하는 강경파에게 핵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신고하고 폐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북 핵 10.3 합의에서 지난 해 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약속했으나 마감시한을 넘긴 채 신고를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루스 씨와 함께 방북했던 미 스탠포드대학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Siegfried Hecker) 전 미국 국립핵연구소장도 별도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 군부는 지난 해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 내 미사일 공장을 방문하고 알루미늄 관 샘플을 제공받은 데 대해 굉장히 불쾌해 했다는 것을 외무성 관리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헤커 박사는 또 영변 핵 시설 방문 중 리홍섭 전 영변원자력연구소장 등을 만났다며, 방북단은 핵 폐기시 실직하게 될 영변 직원들의 재교육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측은 관련 논의가 시의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미국 측의 정보와 의견 등을 듣고 질문에도 답했다고 헤커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 전 소장은 앞으로 영변 내 인력을 평화적 핵 에너지 분야로 직업전환 시키는 것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리 전 소장은 또 북한에 경수로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한은 경수로 사업을 위해 기술자들을 훈련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그동안 북한의 핵 폐기시 실직하게 될 과학자들과 기술자 등 관련 활동 종사자들의 재교육과 재취업 문제 등, 미국의 넌-루거 프로그램을 북한에 적용시키는 문제를 검토해 왔습니다.

넌-루거 프로그램은 지난 1991년 샘 넌 (Sam Nunn) 상원의원과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위협감축 협력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의 핵무기 해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헤커 박사는 앞으로 북 핵 폐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영변 내 상당한 인력이 핵 시설의 오염물 제거와 임무 해제 작업에 투입돼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북측에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또 영변 핵 시설에는 방사성 물질이 다량 보관돼 있고 오염이 심하다고 지적하고, 미국과 북한이 방사선 감시 등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밖에 북한의 옛 소련산 IRT 2000 원자로를 연구와 의학,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북측과 논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헤커 박사와 루스 씨, 그리고 조엘 위트 (Joel Wit) 전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 등 3명은 지난 달 12일부터 16일까지 북한을 방문했었습니다.

‘미국의 소리’ 손지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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