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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인권위원회, 탈북자 대상으로 북한 인권실태 조사키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 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인권위가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공식 과제로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북한 내부의 인권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실시할 방침입니다.

인권위원회는 25일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빠르면 다음 달부터 북한 내부의 인권실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권위 정책총괄팀 조영국 조사관은 “국내에 있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상황을 간접적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활동을 강화한다’는 업무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인권위는 1만3천여 명의 탈북자 가운데 표본조사를 통해 인터뷰를 실시하고, 조사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고문이나, 인권유린 등 북한 인권 전반에 대해 조사할 방침입니다.

또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연구의 하나로, 해외에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조영국 조사관은 “2004년부터 북한 내부 인권상황을 조사하면서 탈북자들이 많은 중국과 몽골 현황을 살펴왔다”며 “필요할 경우 해외에 있는 학술센터와 공동으로 현지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 정책총괄팀 조영국 조사관: “조-중 변경지역에 있어선 위원회 차원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은 아니구요. 관련된 연구기관과 함께 실태조사는 용역을 이용하구요. 특히 중국에 서로 간에 협력을 하는 학제 간 연구도 가능하다..”

인권위는 지난 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인권증진’을 중점과제로 삼은 적은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공식 과제로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권 문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인권위가 북한 관련 조사를 탈북자들의 정착 상황에 국한해 시행해왔지만, 이번 조사는 북한의 정치적 자유와 고문 등 내부의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데 의의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독일통일정보연구소 박상봉 소장은 “북한이 저지른 인권 침해는 지금까지 국가적 무관심 속에 놓여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국제 인권규범에 근거해 인권침해 자료를 축적해 나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지금까지 인권위원회는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보단,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 뒤 “탈북자들의 고통을 직접 듣고 조사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조사연구팀장: “실질적으로 탈북자들과 피부를 맞대고 그들의 속내를 알아가긴 보단,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학자들을 전문가 간담회로 듣곤 했는데, 정작 이 안엔 탈북자들의 목소리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거든요. 앞으로는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조사할 수 있는 활동 계획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런가하면 탈북자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탈북자 인권조사 등과 같은 자료 수집이나 연구활동에 그치지 말고, 보다 주도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단순히 조사활동에서 그칠 게 아니라, 북한 의 인권침해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고요. 단순히 조사하고 연구사례를 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북한에 어떤 행동을 위한 교과서적인 근거를 만들어서,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라든가, 정부가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 창구에서 압박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광일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실제로 탈북자 중 상당수가 탈북 과정에서 붙잡혀 고문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단순히 일회용 조사로 끝나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광일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국장: “이번에 탈북자1백20명 조사했는데 탈북자 1만3천 명 중 거의 80%는 한 번씩 다 북송 경험이 있고, 고문 경험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정부가 탈북자 정착 문제라든가,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번 인권위의 발표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북한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자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북한으로선 이번 인권위의 발표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회담 등 공식적인 통로나 대남정책을 통해 문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북한 측이 우리 인권위 입장에 대해서 상당히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내부 문제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그러니까 인권 위원회가 정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인권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 상당히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그런 것들을 공식적인 통로나 남북회담 과정 등에서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장복희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의 새 정부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 등 국제기구와도 자료를 공유함으로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공론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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