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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제네바 회동 이후 침묵하는 북한의 속내는?


북한은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미-북 간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모종의 진전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핵 신고 형식과 관련한 미국의 새로운 제안과 관련,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를 놓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3일 북 핵 6자회담 미-북 수석대표 간 제네바 회동 이후 북한의 후속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제 공은 북한에게 넘어갔다”고 말했고,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회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북 측의 전향적 태도변화가 기대되기도 했었습니다.

한국의 북 핵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북 제네바 회동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 신고 방식 등과 관련한 모종의 제안을 했으리라는 점에 주목하며, 북한이 미측의 신고방식과 관련한 복수의 제안들을 놓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신고 내용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힐 차관보가 19일 “신고를 비밀로 받아 대중에 설명할 수 없다든가 하는 문제는 실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비밀신고도 선택가능한 방안임을 시사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회동에서 미국 측이 테러지원국 해제등 그동안의 북측 요구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언질과 함께 비밀신고, 분리신고 등 몇 가지 새로운 신고방식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습니다. 김 교수는 “하지만 결국 북한의 고민은 새로운 신고 방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내용으로 채우느냐에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3개 핵 신고 요구사항 즉 플루토늄 보유량,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시리아 핵 확산 문제를 한꺼번에 신고하긴 지금 시점에선 힘들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입니다.

“세 가지를 다 오케이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보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으로 북한이 인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UEP(우라늄 농축계획)에 대해서 북한이 처음부터 선을 그어버렸기 때문에 이 것을 또다시 고백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 북한이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번복하면서 이야기하거나 이런 것들이 그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고”

김 교수는 북한으로선 양측 주장을 병기하는 이른바 ‘상하이 코뮈니케’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 방식은 오히려 북 핵 문제 조기해결 여론이 강한 미국 측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일단 플루토늄 보유량 신고를 마친 뒤 나머지 두 개 사안은 양측 주장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법일 수 있다”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세종연구소 송대성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체제생존을 위해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배제를 이끌어 내기 위한 핵 신고의 부분적 이행에 주안점을 맞출 것”이라며 신고 방식에 있어선 비밀신고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이제 비밀신고에 저는 주안점을 두는데요, 상당한 어려운 부분을 어디까지 비공개로 하느냐가 만약 쟁점이 된다면 그것에 쟁점이 돼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공개로 하자, 이것은 비공개로 하자, 이런 게 미-북 간 타협이 안된다면 그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이에 반해 국방연구원 백승주 연구위원은 제네바 회동 이후 북한의 속내는 오는 4월 말로 예정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에 큰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백 연구위원은 “미국 측이 이번 제네바 회동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 측이 핵 신고의 반대급부로 강하게 요구해 온 문제에 대한 보다 명확한 언급이 있었을 것”이라며 “김계관 부상이 이번 회동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백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현재 북한이 제네바 회동 이후 구체적인 후속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대한 미 측의 향후 조치 등을 지켜보는 과정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대해서 일정, 내용, 진행상황 등에 대해 판단을 할 거에요. 그 부분이 좀 기다리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백 연구위원은 “북한은 핵 신고와 관련해 당초 입장을번복할 명분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테러지원국 해제가 구체화할 경우 북 측도 이를 명분 삼아 과감한 핵 신고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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