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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망명 신청했다 기각된 탈북자, 한국 정부 상대로 소송 준비


탈북 과정 중 신상이 공개돼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이 행방불명된 후, 지난 해 영국 망명길에 올랐던 탈북자 이광수 씨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씨는 자신의 신상 공개가 한국 정부 측의 부주의 때문이라며 이에 대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 VOA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탈북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유출돼 영국 망명을 신청했던 탈북자 이광수 씨가 지난 11일 오후 한국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원산시 인민위원회 지도원이었던 이 씨는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에 영국 망명을 시도했지만, 영국 이민국으로부터 추방령을 받고 다시 돌아왔다”며 “이렇게 된 이상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06년 3월, 부인과 아이들과 함께 동해상 군사분계선을 통해 탈북한 이 씨는 조사 과정에서 언론에 신분이 드러나며, 북한에 남은 가족 19명이 전원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씨는 “국정원 조사를 받을 당시 수사당국으로부터 열 다섯 차례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다짐받았었다”며 “탈북한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또 국정원의 강압적인 조사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광수씨: “내가 비공개로 입국한 이상 이것이 알려질 경우, 북한의 혈육들이 다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담당관들이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으니, 국제법과 국내법대로 철저하게 보호하겠다고 열 다섯 차례나 확인했습니다. 언론에 보도가 난 사실을 알고 난 후, 유엔이나 미국대사관에 보내달라고 했더니 한국 정부에서 한다는 말이 뭔 줄 아십니까? ‘(우리말을 안 들으면) 강제 북송하겠다’고 합디다.”

이후 이 씨는 국정원과 국방부 등 한국의 관련 당국들을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해달라는 내용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그 어느 곳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이곳 저곳 탄원서를 쓰고 정부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답답하기만 했다”며 “한국 정부는 탈북자의 인권침해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측은 “탈북자 신상정보 공개는 인권침해 행위로 규정되므로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권고안을 유관기관들에게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영국 조사관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보공개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국방부 장관과 서울경찰청장, 강원도 지방경찰청장에게 경고 조치를 한 뒤,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확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처사에 불만을 느낀 이 씨는 지난 해 3월 영국 망명길을 택해, 영국 정부에 망명 신청을 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영국 정부로부터 첫 번째 망명 신청이 거절당한 후, 유럽연합 인권위원회 측으로부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갑작스레 영국 이민국으로부터 강제추방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씨: “(영국에서) 엄청 고생했습니다…. 강제로 한국까지 호송됐습니다. 한국까지 우리 가족 네 명, 애기와 아내가 아홉명의 영국 경호원들이 새벽에 납치해서 강제송환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영국 조사관은 “이 씨의 경우 국적이 대한민국이다 보니, 난민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영국 정부에서 이민국을 통해 한국으로 추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강제출국 당한 이 씨는 지인의 집에 기거하며,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소송을 다시 제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과정 중, 신상이 공개돼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행방불명된 이 씨의 사례는 현재 미 국무부의 2007 인권보고서와 엠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 보고서에도 명기돼 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 김희진 국장은 “정치적 난민의 경우, 굳이 정치적인 핍박이 아니더라도 다른 이유로 난민 개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정부는 소극적인 시각으로 난민 문제에 접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 김희진 국장: “탈북자를 난민으로 본다면, 그건 명확하거든요. 자신의 의지가 그렇지 않은데,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보낸다는 것은 난민에 대한 잘못된 처사입니다. 우선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보유출입니다. 난민에 대해 비밀보장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임에도 이 부분이 노출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봅니다.”

김학민 북한인권시민연합 캠페인 팀장은 “동해나 서해상으로 탈북한 탈북자들의 경우, 신상정보가 언론에 유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 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정보유출의 경우 북에 남겨진 가족의 신변에 위험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학민 북한인권시민연합 캠페인 팀장: “동해나 서해상으로 또 다른 성격으로 더 직접적인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해상탈출 하는 분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2005년 6월만해도 열흘에 2번의 사례가 보도됐는데요. 그 때 언론에서는 해상을 통한 대량 탈북 사태를 우려했습니다. 이런 경우까지 우리가 대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시사점을 던져줬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당사자가 정보공개를 원하지 않는 이상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탈북 문제의 경우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므로,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구제가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본인이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이것이 공개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탈북자의 경우 본인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공개되는 경우도 있어왔습니다. 그 분들의 인적정보가 본인의 동의가 일방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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