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 '모니터링' 여전한 걸림돌


북한의 식량 사정이 본격적인 춘궁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보다 절실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지원된 식량의 분배 확인, 즉 모니터링과 관련한 요구에 북한 당국은 여전히 경직된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북 의료시설 전력 지원에 있어서도 '접근'의 문제로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별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1: 서지현 기자. 이제 3월 중순, 본격적인 춘궁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한은 매년 정말 어려운 춘궁기를 겪어왔지 않습니까. 올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 1: 지난 해 말부터 올해 북한의 식량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국제기구와 관련 기관들의 다양한 보고서들이 발표됐었는데요. 대북 구호단체 '좋은벗들'에 따르면 평양시 일부 구역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이 달부터 배급을 중단하기로 했다는군요. 평성 시장에서도 식량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정도라고 하구요.

설상가상으로 쌀값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좋은벗들'에 따르면 3월5일 신의주 쌀 값은 kg 당 1천6백원으로, 지난 2월 말 1천3백원대에서 급등했고, 함흥 등지에서도 1천3백, 4백원대에서 1천5백, 6백원대로 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문 2: 이처럼 식량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정부와 북한 당국 간의 식량 지원 논의 진행 상황이 궁금한데요. 논의가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답 2: 지원된 식량이 제대로 전달되느냐, 즉 배분 확인, 모니터링 문제를 둘러싼 양측 간 입장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미국 정부 간 대면 협상은 지금까지 두 차례 열렸는데요. 미국 국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미국 정부로서는 미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지원 식량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협상의 어려움을 거듭 토로했습니다.

문 3: 모니터링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북한 당국이 그래도 최근에는 좀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답 3: 네. 상대적으로, 아예 접근을 막았던 과거에 비해서는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국제기준에는 근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리즐리 대변인은 WFP의 북한에서의 활동은 직원들에 대한 제한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세계식량계획, WFP는 6개 지방, 50개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데요, 이 '모니터링'의 질이 논란거리입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북한에서의 모니터링은WFP가 다른 나라에서 수행하는 모니터링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WFP 직원이 북한 당국자, 통역인과 함께 해당 지역을 방문하면 전달된 전체 식량의 양과 전체 인구, 어린이, 산모, 노인층 등 수혜 대상인 취약층 인구를 보고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또 WFP 평양 사무소 직원들은 사전에 북한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평양을 떠날 수 있으며, 어디를 가든 당국자와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모니터링 수행에의 어려움을 강조했습니다.

문 4: 누군가 늘 지켜보는 사람이 있고,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WFP 직원이 북한 당국이 제공한 통역인을 통해서만 주민들과 소통한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실질적인 대북 지원 식량 분량마저 위협 받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으로서는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는 셈인데요.

답 4: 네. 오는 8월 기한이 만료되는 대북 취약계층 지원 사업의 필요 자금 1억2백23만4천여 달러 가운데 12일 현재 모금액은 5천6백49억 달러로 아직 44.7%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WFP는 국제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북한을 비롯해 외부 식량 원조가 절대적인 국가들의 식량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은 명확한데, 늘 '접근'과 모니터링 문제 때문에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죠.

문 5: 북한에서 오랫동안 지원 활동을 해온 민간단체들은 북한 내에서의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습니까.

답 5: 북한에서 10여 년 간 지원활동을 펼쳐온 민간단체들에게 '접근'과 '지원 확인'은 가장 큰 어려움이자 도전과제입니다.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스테판 린튼 유진벨 재단 이사장은 대북 지원활동에 있어 '접근' 문제가 가장 어려운 사안이라고 토로했는데요.

린튼 이사장의 지난 해 11월 방북을 수행했던 스티브 글래인 '뉴스위크 인터내셔널' 기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글래인 기자는 이른바 '감시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린튼 이사장이 가는 곳마다 2명씩, 때로 3명씩 함께 했다며, 이들은 의사이자 보건성 관리였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몇몇 지역에 대한 린튼 이사장의 방문을 이들이 막기도 해 어떤 면에서는 방해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90년대부터 한반도 관련 기사를 주로 쓰며, 지금까지 세 차례 방북 경험이 있는 글래인 기자는 북한은 전제주의 국가일 뿐만 아니라 관료주의적 국가이기 때문에, 이 관료주의 때문에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6: 북한 당국과 가장 깊이 있는 신뢰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스테판 린튼 이사장마저 북한에서의 '접근' 문제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면, 다른 국제기구나 민간단체 관계자들의 대북 지원활동의 어려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군요. 그런데 미국 정부와는 식량 외에도 의료시설 발전기 지원 사업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 논의에는 좀 진척이 있습니까.

답 6: 이 사업 역시 답답한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미국 국무부 산하 미국국제개발처, USAID와 미국의 민간단체 네 곳 대표들은 이달 초 북한에서 직접 대면 협상을 벌였지만, '접근' 문제를 놓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단체는 발전설비를 지원할 의료시설을 지역별로 나눈 명단을 북한 측에 제시했으나, 이들의 현장 접근과 미국 정부 측의 확인 절차 등에 있어 북한 당국과의 의견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료시설 전력 지원을 맡은 '글로벌 리조스 서비스', GRS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단 존스 미시시피 의대 부학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의료시설 전력 지원 사업의 현실성과 현 상황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객관적으로 현재 외부의 지원이 없이는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외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 측이 타협하고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는 북한 당국의 현재의 대응방식을 볼 때, 주민들의 식량난과 생활고가 더욱 가중될 것 같아 걱정됩니다.

지금까지, 서지현 기자와 식량 등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모니터링' 문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