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과거 미-북 양자 회동 6자회담 진전에 기여


북한 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3년에 시작된 북 핵 6자회담은 그동안 여러 차례 결정적인 고비를 맞았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6자회담의 의미있는 진전은 오히려 그같은 고비 끝에 이뤄졌습니다. 여기에는 특히 미국과 북한 간 양자 직접회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13일 제네바에서 양자회동을 갖는 미국의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부상은 과거에도 양자 접촉을 통해 6자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한 적이 있었습니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만나던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처음 양자 접촉을 가진 것은 2005년 7월이었습니다.

이미 세 차례 6자회담이 열렸지만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크게 달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특히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을 가리켜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비난했고,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었습니다.

7월9일, 라이스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사전조율한다는 명분으로 방문 예정일보다 일찍 베이징을 찾은 힐 차관보는 평양에서 급파된 김계관 부상을 극비리에 만났습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고, 북한 측은 미국의 이같은 입장 표시를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로 이해한다며, 6자회담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라이스 국무장관은 회담 재개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대화를 위한 회담이 아니라 진전이 있는 회담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북 간 합의에 따라 3차 6자회담 이후 13개월 만인 2005년 7월27일, 4차 6자 1단계 회담이 열렸습니다.

그 후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베이징에서 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이른바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습니다.

그러나, 기쁨을 만끽할 시간도 없이 6자회담에 곧바로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기 불과 며칠 전, 미국 재무부는 북한이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을 통해 위조 달러화를 유통시키고, 마약 거래대금 등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BDA은행의 북한자금 2천5백만 달러가 동결되면서 BDA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그 해 11월에 9.19 공동성명 이행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5차 6자 1단계 회담에서 북한은 이 문제를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이후 6자회담은 사실상 장기 휴회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북한은 7월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10월에는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면서 6자회담 재개의 길은 더욱 멀어져 갔습니다.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지난 해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 간 비밀회동이었습니다. 특히 이 회동은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어서 각별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힐 차관보는 회담이 매우 유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도 베를린 회담은 차기 6자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좋은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은 사흘에 걸친 양자접촉 끝에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해 취해야 할 초기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모종의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그 다음 달 열린 6자회담에서 2.13 합의가 타결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9월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미-북 관계 정상회 실무회의가 열렸습니다. 힐 차관보는 연말까지 핵 불능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성과가 있는 회담임을 시사했습니다.

아울러 힐 차관보는 핵 불능화가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했습니다. 김계관 부상도 회담이 잘 됐다며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시 제네바 회동은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의 시한을 정한 10.3 합의가 탄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