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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젊은이들 의식 변화 분명’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일부 주요 언론들이 북한 젊은이들의 의식과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로부터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최대 공중파 방송의 하나인 ‘ABC 방송’은 지난 주 평양 현지발로 북한 대학생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희망적 변화의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과 인터뷰한 북한의 대학생들은 미국과 인터넷 등 매우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 자신들의 주관을 분명히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대학생은 미국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지만 미-북 관계가 발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다른 학생은 세계인들이 인터넷을 쓰고 있는 만큼, 자신들도 전자우편을 외국에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학생들의 이런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인위적으로 연출한 인터뷰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젊은이들의 의식이 분명 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 담당 연구원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신문 기고문에서 북한 젊은이들이 변화를 더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악의 기근에서 살아남은 북한의 젊은 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외부정보에 더 익숙하고 마음이 열려있는가 하면 두려움도 적다는 것입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에서 세대차에 따른 변화가 확실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젊은이들 같은 경우는 실제로 개혁개방이란 단어를 분명하게 쓰면서 북한이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열려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여러 명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세대차이가 확실하게 나죠.”

케이 석 연구원은 북한사회에서 자기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며, 그러나 최근 북한을 탈출한 어른과 젊은이들의 표현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도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분명 의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북한 안에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고, 이런 상황이 의식변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돈 밖에 모르는 사회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 중 대부분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소득입니다. 보이지 않는 개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젊은이들의 의식변화의 요인으로 기근에 따른 외부정보의 유입을 꼽습니다. 다시 케이 석 연구원의 말입니다.

케이 석: “ 그런 기근을 통해 또 그 이후로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정부가 하지 말라는 일을 굉장히 많이 하면서 사고가 많이 깨었다고 봐야죠. 그래서 그 부분은 지나 10년에서 15년 사이에 아주 많이 근원적인 변화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북한 젊은이들은 드라마 시청에 그치지 않고 대화를 통해 드라마를 보고 느낀 점을 나눈다고 말합니다.

“친구들끼리 우르르 모여 숨어서 다같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그런다고 들었거든요. 그렇게 되면 특히 혼자서 보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보게 되면 보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부모 세대하고 젊은 세대하고 그런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05년말 청진의 한 중학교 고등반에 재학 중 탈북한 진소희 씨는 탈북 직후 중국에서 가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청소년들의 비디오 시청 실태를 자세히 소개한 바 있습니다.

“ 친구네 집인데 거기가서 그렇게 봤어요. 몰래는 다 봐요. 말 안하고 그거 할 때 문 다 걸고 싹 커튼 다 내리고요. 녹음(볼륨) 약하게 하고…”

진 씨는 그 때 친구들과 받은 충격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학교 때는 그렇게 배웠어요. 한국은 되게 못살고 미국놈들이 들어와서 감옥에다 아이들 다 가둬놓고 물 달라고 하면 휘발류 주고 이렇게 주고…우리나라가 제일 좋다는 거예요. 그렇게 알고 있다가 그 한국영화 몰래 보고 한국 완전히 대단히 잘살고 멋있다! 아 그게 거짓말이구나. 그 다음부터 알았어요.”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북한 젊은이들은 로보트가 아니라며, 정부의 거짓 약속을 믿으며 살아온 어른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냥 계속 같은 이야기를 현실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이야기를 녹음기 처럼 반복하는 간부들이다. 젊은이들은 그 (정부) 사람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젊은이들이 당국의 체제교육 강화로 과거보다 오히려 충성도가 더 강해졌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미국 조지아대학의 박한식 교수는 지난 해 말 워싱턴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거 동구 공산권처럼 북한에도 세대차이가 벌어지고 젊은이들의 소비문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런 현상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 젊은이들은 서방세계의 소비중심주의에 대해 잘 모른다며, 북한 내부 변화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도 믿기 힘들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젊은이들의 의식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가운데, 북한 당국은 최근들어 부쩍 내부단속과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란코프 교수는 자신이 러시아에서 북한의 현 상황과 비슷한 체험을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한 당국의 사상교육 강화는 오히려 역효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의 시끄러운 논조는 오히려 역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사상교육을 더 강화하려 하겠지만 아무 성과도 가져올 수 없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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