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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넘어 팔려 가는 북한 여성들


최근 한국 일간지 ‘조선일보’가 북한 여성들의 중국 내 인신매매 실태를 집중취재해 보도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 담당 대사는 3일 특별강연을 통해 국제사회가 고통받는 탈북 여성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북한 여성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지 김환용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달빛도 잠든 조.중 국경의 밤. 군데 군데 살얼음이 얼어붙은 차가운 두만강을 인신매매 브로커와 북한 여성이 내의만 입은 채 위태롭게 건넙니다.

이 두만강을 통해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중국땅으로 흘러 들어간 북한 여성이 지난 10여년 간 수 만명에 달한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말합니다.

특히 지난 3~4년 간 북한과 중국 정부가 조-중 국경지역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면서 은밀한 형태로 이뤄지는 이런 인신매매는 더욱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 지원 선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조직적인 형태가 아니면 북한주민들이 탈북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합니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안하면 탈출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국경에 경비가 강화됐기 때문에 옛날처럼 쉽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북한 군인들이나 길을 아는 사람들이 안내를 해줘야 나올 수 있는데 군인이나 안내인이 아무런 이익 없이 할 리가 없죠. 그러다 보니까 국경을 지키려는 군인들이 수입이 생기니까, 눈을 감아주고 안내해 주는 사람들과 짜고 중국에 넘기다 보니까, 중국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돈을 주고 데려왔으니까 농촌에 있는 사람들 장가를 못 간 사람들에게 팔거나…”

천 목사는 “고난의 행군 시절 같은 극심한 식량난은 어느 정도 완화된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일거리가 없어 생기는 어려운 경제사정이 인신매매 형태의 탈북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부 북한 여성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사가라고 북한 의뢰인들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는 북한 측 브로커가 북한 여성을 두만강 건너까지 인계하고, 중국의 인신매매 조직이 이 브로커에게 수고비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경을 감시하는 양국 군인을 매수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여성들의 몸값은 천차만별”이라면서 외모와 나이 등을 기준으로 중국돈 2천 위안에서 많게는 1만 위안, 즉 미화 3백 달러에서 1천 4백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탈북 여성들은 그러나 중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탈북자라는 이유로 대개 노예와 같은 신세로 전락한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인신매매 조직은 중국의 가난한 농촌 총각이나 장애를 가진 남성들에게 거액을 받고 이들 탈북여성들을 팔거나 술집, 노래방, 인터넷 화상채팅업소 등 매춘업소로 넘깁니다.

북한 여성들은 북한으로 강제 북송돼 짐승 취급을 받느니 차라리 중국에서 노예처럼 살더라도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부당한 학대를 견뎌내고 있다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탈북 지원 운동가들은 말합니다.

탈북자이면서 중국 등을 오가며 탈북자 인권운동을 펴고 있는 유상준 씨입니다.

“이 여자 3천원이다 5천원이다 흥정하는 겁니다. 자기 마음가는대로 살아야 하는데 싫다고 반항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반항하면 폭력이라기보다 일종의 고문을 당하지요”

일부 북한 여성들은 마음씨 좋은 한족 남편을 만나 풍족하지는 않아도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부는 돈을 저축하거나 남편의 도움을 받아 북한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등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자신이 원치 않는 환경에서 노동이나 접대를 강요당하며 현대판 노예처럼 살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이렇게 고통받는 탈북 여성들에게 한국행을 권유하지만 두려움과 불신 때문에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합니다.

“가족 때문에 왔다고 해서 우리가 그 돈 3천원을 갚아주겠다, 2천원을 줄 테니까 가족에게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거절했어요. 우린 여기 있으면서 더 벌어 가겠다. 그 돈으론 안된다. 두번째론 그렇게 하지 말고 돈 벌고 싶으면 차라리 한국으로 가라 그랬더니 그것은 두려워서 안가겠다 이렇게 말했죠.”

이런 불신과 두려움, 공포 속에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크 래곤 인신매매 담당 대사는 3일 국제사회가 북 핵 6자회담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등에 관심이 쏠려있지만, 이런 인신매매에 희생되는 북한 여성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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