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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NGO 통한 대북 식량지원 현실화되나


미국 정부가 북한 내 의료시설 개선을 위해 2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미국 정부 관계자와 미국의 4개 민간단체 대표들이 지난 주말부터 4일까지 엿새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부 민간단체는 미국 정부가 식량 지원을 결정하면 북한 내 전달과 모니터링을 자신들이 맡겠다며, 미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MC: 서지현 기자. 올해 북한주민들은 예년보다 더 어려운 춘궁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미국 정부와 북한 당국 간의 식량 지원 협의, 지금까지 몇 차례나 열렸습니까?

답: 지난해 10월과 12월, 미국 정부 측 관계자들이 방북해 모두 두 차례 대면 공식 협의가 있었습니다.

또 이번에 의료시설 전력 지원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미국 국제개발처, USAID와 민간단체 대표 등은 4일까지 북한에 머물게 되는데요. 미국 정부 측의 인도주의적 지원 논의 과정에서 식량 지원 문제도 함께 협의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북 지원을 활발하게 펼쳐온 미국 민간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식량지원을 결정하게 되면 자신들이 전달과 배분 확인, 즉 모니터링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준비를 끝낸 상태입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구호단체 '월드 비전'의 빅터 슈 북한 담당 국장의 말입니다.

빅터 슈 국장은 미국 정부가 북한 당국과 식량 지원 문제를 협의 중인 것을 알고 USAID 측에 자신들이 식량을 정확하게 전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문: 그동안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아 대북 구호사업을 벌여온 민간단체들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재원을 조달해 식량을 제공해준다면, 환영할 만한 일일 수도 있겠네요.

답: 그렇습니다. 이미 북한 내 구호사업의 기반과 인맥, 경험, 또 역량을 갖춘 민간단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월드 비전'을 포함해 미국 내 1백65개 민간단체가 가입돼 있는 미국 최대의 NGO 연합체인 '미국 국제 자원봉사 행동위원회'의 사무엘 워딩턴 회장도 쌀을 포함해 미국 정부 측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작되면 이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데 상당한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북 의료시설 지원 논의에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에도 큰물 피해를 입은 북한 수재민 지원을 위해 미국 민간단체 '머시 코어'와 '사마리탄스 퍼스'를 통해 모두 10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사실, 민간단체를 통한 미국 정부의 해외원조는 미국 NGO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원조 방식입니다. 특히 최근 USAID의 인력난 등이 심화돼 NGO와 협력관계를 맺고 공동으로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추세입니다.

문: 그런데 북한은 사정이 좀 특수하지 않습니까?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여부에 대한 결정에 있어서는 식량이 필요한 대상에게 정확히 전달되느냐, 즉 '모니터링' 문제가 핵심일텐데요.

답: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북한과 오랫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민들과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만큼 모니터링에 중요한 게 없겠죠.

세계식량계획, WFP를 비롯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은 북한에서 한국 말을 하는 직원 채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래서 모니터링을 할 때도 반드시 북한 당국자와 북한 측이 제공한 통역자, 이렇게 2명이 WFP 직원과 동행하게 돼 있는데요. 아무래도 정확한 모니터링이 쉽지 않습니다. 또 국제기구 요원들은 기껏해야 1, 2년 북한에서 일하고 돌아갑니다.

대북 지원을 벌여온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1, 2년 북한 사람들과 얼굴을 터 온 게 아닙니다. 이번 의료시설 전력 설비 지원을 이끌고 있는 스테판 린튼 유진벨 재단 이사장은 한국어 구사력이 완벽하며, 지난 1990년대부터 오랫동안 대북 지원활동을 해왔습니다. '월드 비전'이나 '머시 코어' 관계자들 역시 10년 이상 북한 지원 활동을 펼쳐온 이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한국어를 잘 말하지는 못해도 알아듣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문: 북한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구호 경험이 축적된 민간단체들을 통한 지원은, 어떻게 보면 미국 정부로서도 이익이겠네요.

답: 그렇죠. 게다가 WFP 국제요원의 수는 10명에 불과합니다. 매 월 60회의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10명이 전세계에서 제공된 식량의 지역별 분배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간단체 인력은 이보다 훨씬 많고, 북한과의 인연이 오래됐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전달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사마리탄스 퍼스'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 국적 직항 민항기로 직접 미국 정부 지원금으로 구입한 구호품을 북한에 전달했는데요. 지난 해8월 수해 발생 직후인 8월31일, 바로 북한에 구호품이 전달된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미국 민간단체들에 대해 상당히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빅터 슈 월드비전 북한 소장은 10년 전 대북 지원사업을 할 때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대북 구호활동하기가 정말 수월해졌다며, 북한 당국은 지난 해 수해 당시 피해가 가장 컸던 수해현장은 물론 자신들이 지원했던 백신 등 의약품이 보건성 각 지역본부 등에 전달되는 상황 등을 모두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민간단체들이 앞장서 대북 식량 전달과 모니터링을 맡겠다고 나서는 데다 의료시설 전력 지원 등 미국 정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작되면,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식량지원 논의 역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민간단체들을 통한 대북 식량 지원 가능성 등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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