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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 중국대사관 전격방문 배경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일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직후라는 미묘한 시점에 이뤄진 이번 방문에 대해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소원해진 대중국 관계 복원을 통해 외교적 입지의 불리함을 타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류샤오밍 북한주재 중국대사의 초청으로 지난 1일 중국대사관을 방문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해 3월 이후 1년만의 방문이고, 지난 2000년 이후론 네번쨉니다.

중국 외교부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김 위원장이 방문 자리에서 “ ‘올해는 북.중관계 역사상 의미 깊은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양국관계 복원 의지를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또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국력 신장을 나타낸 것으로 중국인의 자부심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전세계 인민의 영광”이라며 중국 측을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올해가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의 탄생 110주년이자 그가 북한을 방문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와 관련해 오는 5일부터 사흘 동안 특집방송을 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류사오밍 대사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해 랴오닝 가무단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유만만한 이번 중국대사관 방문은 다분히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우선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상하고 있는 한-미-일 삼각공조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측도 미사일 방어체제 즉 MD와 같은 민감한 군사적 사안에 대한 한-미-일 공조 조짐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어, 양국의 이런 이해관계의 일치가 김 위원장에 대한 중국의 환대로 나타난 게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 관계 연구실장입니다.

“중국과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공개적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를 천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카드를, 중국은 북한카드를 활용해 한국 정부의 한-미-일 삼각공조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 실장은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이 미사일 방어체제를 중심으로 한 한미 군사동맹 강화로까지 나아갈 경우 북한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를 묶는 이른바 북방 삼각공조도 예상된다”고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방연구원 백승주 국방현안팀장은 김 위원장의 중국대사관 방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백 팀장은 한-미-일 공조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은 북.중.러 삼각공조를 통한 대미 견제구도를 염두에 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지금 미북 관계개선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주도해서 북 러 중을 새로운 진영을 형성하고 모습을 갖추는 것은 북한이 바라지 않는 모습이에요”

이 때문에 백 팀장은 이번 김 위원장의 행보를 북.중간 우호관계를 대외에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관계 개선 노력을 끌어내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대미관계 개선의 절박성과 중국과의 전통적 우호관계 복원을 통한 외교적 입지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균형외교’의 일환으로 해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뉴욕 필 공연으로 대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구축 노력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다른 한편으로 대중관계에 소홀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주려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대외협력실장은 지난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 복원의지로 보고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식량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 실장은 세계적인 곡물가격 급등, 지난해 북한의 큰 물 피해로 인한 식량난 가중과 함께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대북지원과 관련해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 큰물 피해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기존 생산량의 15-20% 정도의 차질이 올것이라는 전망이 되곤 했거든요, 지난 가을걷이를 한 다음에 버틸 수 있는 한계가 2, 3월까지가 아니겠느냐, 그러면 그 이후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원조라는 것이죠.”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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