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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뉴욕 필 공연, 음악으로 미-북 간 장벽 깨’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방북했던 세계 각국 언론사 기자들은 평양발로 이번 공연의 의미 등을 속속 전해왔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공연이 장기적으로 미-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기자들이 공연 전후 개인적으로 느낀 북한 사회의 닫힌 모습 또한 상세히 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26일과 27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세계 뉴스의 주요 소식으로 배치하고,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미국 국가가 공연 생중계로 북한 전역에 울려퍼진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은 이번 공연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한 데 이어 여러 차례 동평양 대극장의 공연 모습은 물론 북한의 일반 가정집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북한주민들의 모습 등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CNN 방송'의 기자는 평양발 보도에서, 일부 비평가들은 뉴욕 필하모닉의 이번 공연이 잔혹한 북한 정권을 뒷받침하는 것일 뿐이라고 불평하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 역시 27일 한국의 전통민요 '아리랑'이 연주됐을 때 관람석에서 울음이 터져나오고, 박수갈채가 무려 5분이 넘게 계속된 동평양 대극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감정적인 상황들로 지금까지 북한 핵 문제 등으로 정치적인 조명을 계속 받았던 뉴욕 필 평양 공연의 국면이 전환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뉴욕 필하모닉의 선의의 이번 방문으로 북한이 핵 프로그램 개발을 포기한다는 중대 사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징조는 거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또다른 기사에서는 북한 당국이 각국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민대학습당과 만수대 등의 관광은 '감시 관광'이었다며, 규제가 심한 북한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신문은 '음악으로 북한의 장벽을 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뉴욕 필하모닉의 이번 공연을 '교향악 외교'로 지칭하면서, 상임 지휘자 로린 마젤의 말을 인용해 비록 20년쯤 걸리겠지만 미-북 간 관계 정상화가 이제 가능성은 있으며, 기초가 닦아졌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기사에서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해 공연 전후 느낀 북한 당국 측과 북한 사회의 얼어붙은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연 전 송석환 북한 문화성 부상이 서방국 언론사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해놓고 아무런 설명 없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또 다른 기자들과 함께 인민대학습당을 둘러볼 때 뭔가 이상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수백명 중 어느 한 학생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 수백 명은 임의로 선택돼 수업을 듣는 것처럼 앉아 있었다며,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강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밖에 미국의 진보성향 신문인 '보스턴 글로브'는 사설에서 이번 공연은 지난 1959년 뉴욕 필하모닉의 모스크바 공연을 연상케 했다며 핵 문제 해결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 등도 평양발로 공연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한편 북한은 공연 당일 밤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역사가 오래되고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뉴욕 교향악단은 수석 지휘자 로린 마젤의 지휘 하에 섬세하고 세련된 연주와 높은 형상력을 보여줬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27일 '뉴욕 교향악단의 이번 공연은 평양시민들이 미국에 대한 보다 생동한 표상을 가지게 되는 기회가 된 듯 싶다', '뉴욕에서 온 저명한 지휘자는 친근한 인상으로 미국인에 대한 평양 사람들의 기성 관념을 수정한 인물이 됐을지 모른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서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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