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욕 필 공연 현장 스케치


오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공연이 열린 북한 평양의 동평양 대극장에는 공연 내내 차분하면서도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공연장 안팎의 분위기를 서울 VOA 김은지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북한의 심장격인 평양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동평양 대극장에서 뉴욕 필 하모닉의 공연이 개최됐는데요. 역사적인 순간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답: 동평양대극장의 1천5백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1백5 명의 뉴욕 필 단원들이 입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박수 소리가 잦아들고 지휘자 로린 마젤이 단상에 오르자 관객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습니다.

객석에서 무대를 향해 왼쪽에는 미국의 성조기가, 오른쪽에는 북한기가 각각 깃대에 걸려 있어 북-미 간 '역사적인 만남'임을 실감케 했습니다.

마젤은 공연을 시작하기 앞서 "훌륭한 극장에서 공연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공연을 앞두고 개보수를 마친 동평양 대극장을 칭찬하자, 북한 청중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북한의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잇따라 연주되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쏟아내는 선율에 빠져들었습니다.

북한의 여성 통역 겸 안내원은 미국 국가의 제목을 '별이 빛나는 깃발'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북한주민과 외국인 청중들은 모두 기립해 경의를 표했습니다.

객석 앞줄엔 미국을 비롯한 외국인들과 북한 청중들이 함께 앉았으며, 북한 청중들은 남성의 경우 거의 대부분 말쑥한 양복 차림이었고, 여성 관객들은 한복차림이었습니다.
일부 여성은 머리에 꽃 리본을 다는 등 한껏 멋을 냈고, 공연 중간중간 옆자리의 관객과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질문: 북한 청중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내내 북한의 청중들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습니다.

관객들은 앙코르 공연으로 지휘자 없이 번스타인의 오페라 캔디드 서곡이 연주되자 기립박수로 환호하기도 했습니다.

당초 북한의 청중들은 앉아서 박수를 쳤으나 일부 외국인 관객이 기립박수를 시작하자 따라 일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앙코르 곡인 '아리랑' 연주가 끝나자 북한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 박수를 쳤으며, 지휘자 마젤을 비롯해 뉴욕 필 단원들이 퇴장을 시작했음에도 5분여 간 박수를 이어갔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브라보'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오늘 공연을 관람한 작곡가 한송희 씨는 평양에서 가진 M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섬세한 감정 세계를 뉴욕 필 연주가들이 훌륭하게 연주해 보는 내내 좋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주민 한송희씨: “오늘 미국의 필 교향악단의 공연을 즐겁게 보았습니다. 오늘 4개 곡목 모두 연주집단의 실력과 기술이 충분히 발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좋게 보았습니다. 오늘 공연 중에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 알고 있었습니다.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여기서 직접 연주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이 곡을 보면서 흑인들과 인디언들에 대한 동정심, 그리고 자기 조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거기 담고 있는 감정 세계를 연주가들이 섬세하고 부드럽게 연주한 모습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철 평양음악무용학원 교사는 "해외 교향악단 공연에 자주 참석했는데 애국가가 외국 교향악단에 의해 연주되니 정말 황홀했다"면서 "앞으로 문화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져 북한 음악도 해외에 소개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평양시민들은 무표정해 아무래도 특수계층에만 알려진 클래식 음악이 생소한 때문인 듯 했습니다.

질문: 연주 중에 지휘자 로린 마젤이 깜짝 한국어를 구사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구요?

답: 네 그렇습니다. 서툰 한국어로 '팬 서비스'를 한 지휘자 로린 마젤의 유머 감각이 다소 굳은 듯한 북한 관객들의 표정을 부드럽게 펴주기도 했는데요.
마젤은 오늘의 주요 연주곡인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하기 앞서, 곡에 대한 소개를 끝내면서 "좋은 시간 되세요"라는 깜짝 한국어를 구사해 북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또 마지막 곡인 '‘파리의 미국인’ 연주에 앞서 "언젠가는 '평양의 미국인'이 대항곡으로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해 관객들이 또 다시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질문: 뉴욕 필 단원들이 본 연주에 앞서 북한의 음악 꿈나무들에게 뜻 깊은 선물을 안겼다구요?

답: 네 그렇습니다. 뉴욕 필 단원들은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북한 최고 음악학교인 김원균명칭평양음대 학생들에게 악기와 연주곡 CD를 선물했는데요.

단원들은 “우정의 표시로 선물을 준비했다”며 현악줄, 목관악기 취주 등 각종 악기의 기증자와 취지를 일일이 설명하면서 학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CD에는 베토벤과 하이든, 모차르트의 곡들이 담겨 있었고, 선물을 받은 학생들은 “앞으로 효과적으로 이용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 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철구 씨는 한국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욕필의 최종 리허설을 지켜본 뒤 “아주 실감 있고 감격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김 씨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을 처음 들어봤냐는 질문에 “녹화자료나 CD를 통해 접했는데 실질적으로 울림 실황으로 보니까 역시 뉴욕 필이 잘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또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에 대해서도 “외국음악사 배우면서 작품 분석시간에 이야기 줄거리를 읽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김 씨는 특히 “비올라 1번석 연주가가 아주 맘에 들게 연주한 게 인상 깊었다”면서 “자연적인 묘사부터 시작해서 작업가의 마음이 그대로 비춰져 감격이었다”고 감상을 밝혔습니다.

질문: 역사적인 공연을 거행한 동평양대극장은 어떤 곳인가요?

답: 동평양대극장은 평양시 대동강 구역 청류동에 위치한 최신식 극장으로,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건설됐습니다.

부지면적 6만㎡에 4층과 7층짜리 대형건물로 1년 반 정도의 개보수를 거쳐, 지난 해 초 재개관했습니다.

평소 만수대예술단이 사용하지만 2005년 한국의 가수 조용필 씨의 콘서트 등 굵직굵직한 공연이 주로 열리는 단골 장소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한 탈북자 김유경 씨는 “동평양대국장은 한국으로 치면 ‘예술의 전당’에 해당하는 대규모의 공연장"이라며, “주로 북한에 초청된 외국 문화예술단의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김유경씨: “동평양대극장은 북한에서 말하면 북한 음악 수준으로 말하자면 소프라노 노래나 관현악 공연 혹은 만수대 예술단 공연을 할 때 동평양대극장을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외국에서 대규모의 예술단이 오거나 남측에서 방북했던 윤이상관현악단도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을 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당초 뉴욕필의 공연장으로 조선국립교향악단 전용극장인 모란봉극장을 제안했지만, 지난 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뉴욕 필 관계자들이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동평양 대극장은 뉴욕 필의 요구에 따라 최근 무대 위에 음향반사판을 새로 설치하는 등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능한 다목적 극장으로 개조공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관 로비에 매달린 화려한 샹들리에와 울림폭포를 그린 대형 벽화는 동평양대극장의 자랑으로, '울림폭포의 가을'이라는 제목의 대형 벽화는 만수대 창작사 소속 화가들이 2개월이 넘는 시간을 들여 완성한 대작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오늘 공연에는 북한 고위층 뿐 아니라 행사를 주관한 한국 측 관계자와 미국의 중량급 전직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구요?

답: 네 그렇습니다. 남측 인사로는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 등이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공연 주관 언론사인 국민일보 노승숙 회장과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도 참석했습니다.

오늘 공연에 참석한 이들 인사들은 이공연에 들어가기 앞서 미국 교향악단의 공연이 평양에서 이뤄지는 역사적인 변화에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아울러 한 목소리로 이런 역사의 현장에 동참한 데 대한 감격을 전했습니다.

연주곡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던 이들 가운데 일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 등 미국측 참석자들도 공연을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음악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동평양대극장에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