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욕 필하모닉 평양 공연, 기획부터 성사까지


오늘,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북한 공연이 성사되기까지에는 다국적 투자회사 관계자부터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박길연 대사 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공연 기획 단계부터 성사까지의 과정을, 서지현 기자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문: 서지현 기자,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오늘 평양 공연이 언제부터 기획돼 어떻게 성사됐는지 궁금한데요.

답: 다국적 투자회사 대풍국제투자그룹 측이 지난 2006년 11월, 먼저 북한 측에 제안한 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한국의 공연 기획가인 배경환 씨가 부총재로 있는 대풍그룹 측의 이 제안을 중대하게 받아들이지 않다가 지난 해 초 북 핵 6자회담이 순항을 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 기류 속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문: 그런데 뉴욕 필하모닉의 북한 공연 개최에 양측이 합의하기까지 미국과 북한 간 논의 과정이 상당히 오래 걸린 것으로 아는데요.

답: 네. 북 핵 6자회담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을 읽는 과정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습니다.

첫 확인 과정은 지난 해 2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서였습니다. 대풍그룹 배경환 부총재의 말입니다.

배경환 부총재: “공식화시키기 전에 이 공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는 북한 외무성 쪽의 요청이 있었어요. 그것을 당시 김 부상이 뉴욕에 가 있을 동안에 확인해 달라고 그래서...”

이후 여러 차례 대풍그룹과 유엔의 북한대표부를 통한 북한과 미국 정부 간의 의중 떠보기가 계속됐습니다.

배경환 부총재: “또 그후에 다른 절차가 있었습니다, 확인 절차가... 대풍 쪽 대리인과 북한 유엔대표부가 서로 교신하는 확인 절차가 있었습니다.”

이후 지난해 6월18일, 강능수 북한 문화상이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발급했습니다. 북한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직접적인 교섭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 때부터입니다.

사흘 뒤인 6월21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 당시 김계관 부상과의 본격적인 직접 협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문: 그런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미리 짜여진 공연 일정으로 인해 평양 공연 확정을 상당히 고심했다고 하던데요.

답: 뉴욕 필하모닉 측은 말씀하신대로 처음에는 미리 계획돼 있는 공연 일정상 평양에서 공연을 하기가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었는데요. 그러나 지난 해 9월 힐 차관보를 직접 만난 뒤 공연 개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결국 받아들이게 됩니다.

뉴욕 필하모닉의 자린 메타 사장 등은 바로 다음 달인 10월6일부터 11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정확한 공연 날짜와 장소를 정했습니다. 메타 사장은 동평양 대극장과 모란봉 극장 등 평양의 여러 극장들을 직접 방문한 뒤 동평양 대극장으로 최종 장소를 확정했습니다. 그밖에 공연단원들이 묵을 숙소와 식사장소 등도 둘러봤구요.

북한 측은 이 때 미국 국가 연주와 한국계 단원들에 대한 배려, 외국 언론사들의 동반취재 등 뉴욕 필하모닉 측의 요구조건을 모두 허용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추진 소식이 알려진 것도 그 때쯤이죠?

답: 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이 지난 해 10월5일 뉴욕 필하모닉 측의 방북 소식을 처음으로 타전하면서 전 세계에 역사적인 이번 평양 공연 소식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뉴욕 필하모닉 측의 공식 발표는 두 달 뒤인 12월11일 나오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해 12월 초 북한을 다시 방문했을 때 북한 당국과 이번 공연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이후에 이뤄진 것입니다.

당시 자린 메타 뉴욕 필하모닉 사장은 음악을 통해 사람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중요한 공연이 될 것이라며 평양 공연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참석했었는데요. 박 대사의 말, 이어 들어보시죠.

박길연 대사는 평양 공연을 통해 미국과 북한 관계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공식 기자회견 직후 미국 등 전 세계 언론들은 지난 1973년 닉슨 전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과 핑퐁외교에 따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베이징을 방문해 공연한 뒤 갖는 또 하나의 파격적인 행사라는 등 굉장한 관심을 보이며 보도했습니다.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이 이어 방북 계획을 세우고 평양 공연 생중계를 준비했죠.

북한 당국 역시 동평양 대극장 내부 수리 등 두 달 간 본격적인 준비를 마치고, 오늘 전 세계 16개국에서 중계된 역사적인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이 이뤄진 것입니다.

지금까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북한 공연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