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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사에서 실용주의 대북정책 천명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취임사를 통해 밝힌 대북 정책인 ‘비핵 개방 3천 구상’에 대해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용주의 대북정책이 선진외교의 흐름에 걸맞는 올바른 방향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비핵 개방을 앞세운 사실상의 대북 압박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의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취임사를 통해 “남북관계를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며 “’비핵 개방 3천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새 정부의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또 “남북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는 열려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취임사와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의 전제를 북 핵 문제 진전에 두는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햇볕정책’을 중심으로 한 ‘대북 퍼주기’ 논란을 종식시키고, 대북정책에 실용적인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이른바 ‘신 대북관계 방법론’의 의지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이번 취임사는 지난 10년 간 지속돼온 남북관계를 실용적인 측면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집약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념이 아닌 실용의 잣대로 대북정책을 풀겠다는 것은 생산적이고 성과 중심의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라며 “새 정부의 이 같은 대북정책은 선진외교의 흐름과도 맞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남북관계와 대북관계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이 소위 ‘’실용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하나의 기본적인 원칙과 목표를 전제로 보다 융통성 있는 정책을 취하겠다는 점으로 상당히 바람직한 측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언제 어디서나 정상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상회담’이라는 다소 정치적인 사안 역시 이념을 뛰어넘어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의지를,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이 보다 더 실용적으로 이데올로기, 소위 이념을 넘어서 보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협력을 위해서 정상 간에 회담을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다고 강조한 측면에 있어서는 기존의 내용과 틀림이 없지만 그러나 정상회담과 같은 정치적인, 이념적인 것을 뛰어넘는 실용적인 것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철저한 경제논리를 남북관계에 적용해, 자칫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지나치게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입장이 북한에 다소 일방주의적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뒤 “’개방’이라는 단어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의 입장에선 시간을 갖고 남측의 움직임에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교수: “10.4 정상선언의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은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느냐는 점에선 아쉬운 부분입니다. 남북관계에 있어 이념보단 실용의 시대라는 표현은 그야말로 남북 간의 생산적인 내용을 찾아내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 그 부분이 너무 강조되다보면 북한에 대한 남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부분에 있어선 우려스런 부분입니다. “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상회담을 언제든지 개최할 수 있다는 일종의 ‘당근’과 비핵화를 강조하는 ‘채찍’을 동시에 제공한 것은 이중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북한의 경우 정상회담 개최보단 비핵 개방에 방점을 둘 확률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번 메시지는 상반된 메시지를 보냈는데 역시 방점이 ‘비핵과 개방’에 주어졌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선 이명박 정부의 성격과 대남정책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닌가 보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선 무엇보다 6.15 공동선언과 지난 해 10.4 남북정상선언 등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듣기를 원하는데 기존의 합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입장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도 실망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또한 ‘대북정책’이라는 총론만 강조하고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북 핵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각론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비핵화 등에서 의미 있는 태도를 보여야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대북정책에 다소 애매모호한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연구소 소장: “과거 현재 10년의 남북관계를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재점검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북한이 여전히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선택해야만 이 같은 ‘비핵개방 3천 구상’이 실현될 것으로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아, 이를 적극적인 대북정책이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소극적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의지의 천명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이 대통령이 “남북통일은 ‘7천만 국민’의 염원”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은 “7천만 국민이라고 표현한 것은 통일을 염두엔 둔 상당히 의도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남측이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통일을 염두에 둔 헌법 정신에 충실한 발언으로 볼 수도 있지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만 규정할 수 없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중시한 표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한미동맹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글로벌 외교를 중시하는 대외정책 역시 대북 정책에 일정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차기 정부가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북미 관계와 6자회담의 진전 정도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내용과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새 정부 이후 그동안 상당히 도전 받았던 한미동맹을 복원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한미동맹의 강화가 남북관계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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