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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해결과 남북관계 병행해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한국의 차기 이명박 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남북관계 진전과 경협 확대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등 현 노무현 정부의 대북접근과는 크게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족화해협력통일 (민화협) 상임 공동의장은, 차기 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도산아카데미가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를 연계하는 정책은 득보다 실이 크다”며 “양쪽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북한의 핵 신고가 지연되면서 미국에서 대북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한국이 선 북핵 해결을 강조한다면, 북미간 긴장이 남북간 갈등으로 이어져, 파급효과는 한국 경제에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의 소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커지면서 남북 관계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됐다”면서 “경제 논리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추진하는 새 정부의 대북 기조가 오히려 한국 경제성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한국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70퍼센트가 넘습니다. 국가신용등급과 관련해서 남북관계와 관련된 안보위기가 고조될 때 신용등급이 내려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한국에 들어와있는 해외자본들이 빠져나갑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에 큰 타격이 오지 않습니까? 핵 문제가 사실은 90년대 불거져서 지금까지 계속된 문젭니다. 간단히 말해서 만성병입니다. 언제 해결될지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추진하면 잘못하면 아무것도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핵 문제 해결도 물론 시급하지만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병행하는 것만이 핵 문제도 해결하고 남북관계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정 전 장관은 “경제 살리기를 최대 공약으로 내건 차기 정부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한국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핵 연계 정책은 재고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대북 정책을 총괄했던 정 전 장관은 “지난 10년간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함께 추진해 온 이유는, 90년대 초 핵연계 정책을 추진하다 외교와 경제면에서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며 “이를 통해 외자를 유치하고,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북 핵 문제에 대해, “5년내에 비핵화 범위까지 합의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의문”이라며 “핵 문제가 생각만큼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5년간 남북관계는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한미일 3각공조 강화론과 관련해, 정 전 장관은 6자회담과 동북아 안보환경에서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한미일 3국 협력이 강화될 경우, 북핵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며 “6자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결장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차기 정부에선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한미동맹은 안보면에선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방법론은 아닙니다. 한미동맹 복원 위에다 납치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까지 붙여 한미일 공조를 강조한다면, 6자회담 내에선 한미일 삼각편대가 구축된다면 북측에선 삼각편대가 구축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않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삼각형대 삼각형의 꼭지점이 부딪히게 된다면 회담은 편싸움으로 표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 전 장관은 “만일 차기 정부가 초기 구상에 얽매이지 않고 병행 전략을 추진한다면 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외교 입지를 넓히는 동시에 경제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독일 기민당을 예로 들며, “야당 시절 독일의 기민당은 사민당 정부의 동독 정책을 비판했지만 집권 후엔 이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나감으로써, 통일을 완성했다”며 “차기 정부도 기존의 합의 내용을 통해 임기 내 남북연합의 초기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새 정부의 대북 기조가 경제성장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차기 정부 이후 북한이 그 동안의 관성에 의해 대남 관계를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론 불안정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새 정부의 대북 기조가 국제사회의 지지와 해외자본을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킨다던가 또는 북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남북관계를 진전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시각도 그렇게 고운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북한 자체가 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남북경협이란 것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존의 관성에 의하면 불안정해질 환경도 없지 않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넘어가야 할 산이 아닌가 봅니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미일 3각 체제와 관련, “한미일 협조체제는 역내의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공조 체제가 아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 체제로 봐야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전 교수는 “한미일 3각 공조는 과거 한미일 삼각동맹 협의체가 다시 부활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라며 “경색됐던 한일관계의 회복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북핵 해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미일 삼각공조체제는 과거에 북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 방법으로 가동돼다가 한일간의 관계 때문에 중단됐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일 관계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한미일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동북아 정세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습니다. 한미일 공조는 북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제인 것인지, 또 다른 지역 내의 블록을 형성한다는지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므로 그렇게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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