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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대북 노선 갈등, 분당 가능성


한국의 대표적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북한에 대한 노선 갈등으로 분당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참패 이후 고조된 당내 이념갈등으로 결국 파국으로까지 치닫는 양상인데요, 대북문제를 보는 한국 내 여론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대표적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대북관을 둘러싼 이념의 벽에 걸려 좌초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지난 2000년 좌파 진보정치를 기치로 내건 지 8년만의 일입니다.

민노당이 분당 수순으로까지 접어든 직접적인 이유는 민노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출한 당 혁신안이 지난 3일 임시 당대회에서 부결된 탓입니다.

당 혁신안에는 지난 2006년 발생한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민노당 간부 2명에 대한 제명 건이 포함됐었습니다. 일심회 사건은 한국의 운동권 출신 5명이 북한 공작원에게 남한 내부동향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간첩죄로 구속기소된 사건으로, 이들 5명 가운데 민노당 간부 2명이 포함됐었습니다. 특히 이 민노당 간부들은 민노당 당직자 수백 명의 신상을 북쪽에 유출했다는 혐의가 알려지면서 민노당 안에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 사건은 친북 입장을 보여 온 이른바 당 내 ‘자주파’와 이에 대해 비판적인 ‘평등파’ 간 노선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2004년 총선에서 13%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지난 17대 대선에서 3%로 급락하면서 시작된 당 쇄신 움직임과 맞물려 제시된 이번 혁신안이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에 또 다시 밀리자 평등파 당원들이 집단 탈당을 시작했습니다.

민노당의 간판으로 평등파에 속하는 노회찬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이 임박했음을 예고했습니다.

노회찬: “지난 2월3일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거부하였습니다.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에 맞서 우리는 별로 반성할 게 없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자신의 존립 의의를 부정당하였습니다.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심정으로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민노당 서울시당의 총선 후보와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지방의원 20명도 오늘 사실상 탈당을 선언해 연쇄 탈당이 전국 각지로 확산될 전망입니다.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심상정 의원도 혁신안 부결 직후 인 어제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곧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종권 전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심 의원이 곧 탈당할 것임을 시사하며 심 의원과 과 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정 전 집행위원장은 민노당 다수파의 대북 노선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종권: “다만 통일운동을 하는 것을 함께 하고 옹호하는 것과 통일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일탈행위들, 당원들의 정보를 유출하거나 당 외부의 세력과 연계돼서 당을 하나의 공작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러한 일탈행위들을 분명하게 털어내지 못한다고 한다면 우리 내부 당원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에 대해선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자주파와 평등파 간 노선 갈등은 북 핵 문제에서도 지속적으로 노출됐었습니다. 평등파는 “비핵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서 당연히 북한 핵 개발을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권을 쥔 자주파는 “북한의 핵 개발은 자위권의 일종”이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노 의원도 최근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 핵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식에서 당내 갈등이 심화돼 왔음을 내비쳤습니다.

노회찬: “일부 국민들은 북한이 오죽했으면 핵을 만들었겠느냐 이런 식으로 해서 북한이 핵을 개발한 동기가 좋든 싫든 북한이 스스로를 지키려는 것 아니냐 이런 시각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거거든요. 다만 민주노동당의 아주 중요한 정책을 책임지는 간부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자주파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일심회 관련 안건이 65%의 대의원들에 의해 부결된 것은 우리 힘만으로 된 게 아니며 중간파나 좌파 일부도 비대위 식의 혁신안은 올바른 혁신이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민노당 일각에선 양 계파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분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깁니다.

정치 전문가들도 대북노선 차이에서 비롯된 민노당내 갈등을 시대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민노당이 겪고 있는 진통은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은 데서 비롯됐다”며 “ 더 이상 민족 이슈가 설 공간이 없기 때문에 민노당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기정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분화가 필연적”이라고 전제하면서 “민노당의 분화가 한국정치가 탈민족 이슈 중심으로 갈지 여부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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