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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한국 국회의원 선거 첫 출사표


탈북자 출신 인사가 오는 4월 실시되는 한국의 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지만, 선출직 공직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 VOA의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00년 북한을 탈출해 귀순한 윤승길 (38) 씨는 “지난달 3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18대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윤 씨는 주소지가 있는 서울 강서 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려 하고 있습니다.

선관위 측은 선출직 공직에 도전하는, 첫 탈북자 사례라고 전했습니다.

윤 씨는 출신성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평양에서 함북 온성군으로 추방돼, 30년 간 지내다, 2000년 2월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이후 8개월 간 중국과 몽골을 거쳐, 같은 해 10월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자신의 신분이 북한에 알려지면,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입국 초기부터 최근까지 ‘정수반’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해 온 윤씨는 “그러나 탈북자와 통일 문제를 알리기 위해 가명을 버리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승길 씨: “한국의 탈북자 수가 1만 3천 명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탈북자들의 인적 파워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고요. 그리고 저는 현재 통일이 진행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인적인 역량을 갖게 됐기 때문에 탈북자 출신 정치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통일이 돼 북한에 자유민주주의정치가 제대로 도입되면,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치를 습득한 탈북자 출신 정치가들이 북한에 가서 많이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출마하게 됐습니다.”

윤 씨는 탈북자를 ‘통일인’이라 부르면서 “남한에 정착한 1만여 명의 통일인은,

비록 남한 국민의 5천분의 1에 불과하지만, 통일에 귀중한 존재”라며 “이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1명 이상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윤 씨는 특히, “1948년 당시 한국의 초대국회는, 통일에 대비해 총 2백 개의 의석 중, 북한지역에 해당하는 1백 석을 공석으로 남겨두는 배려를 했었다”며, “이번 18대 국회에는 북한 출신 통일인이 선출돼, 북한지역 인민을 대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윤 씨는 “자본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데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래 전부터 정치에 꿈을 두고 준비를 해 왔다는 윤 씨는, 17대 총선 때도 출마하려 했지만 당시 후원자들이 부족해 결심을 접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탈북자들의 도움으로 출마를 결심했다며, 후보등록비와 선거자금도 모자라면 이들의 후원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정치인 수용소인 요덕수용소 출신인 김영순 씨가 윤씨의 선거운동 사무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선거 사무국장이나 선거운동에 계신 분들이 모두 탈북자 출신이고요, 그 분들은 경제적으로 지원하기는 힘들지만 현장에서 많이 뛰게 될 겁니다. 그리고 실향민 분들이 많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제가 출마하게 됐습니다. 실향민 분들이 많이 도와주실 것 같습니다.”

윤 씨는 “당선이 된다면,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남북경협과 탈북자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윤 씨는 만일 공천에서 탈락한다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승길 씨: “남한에 현재 ‘북한 이탈주민정착지원정책’이 있는데 베푸는 사람 입장에서 법을 만들다 보니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현실적인 괴리감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수정해서 개정발의할 겁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의 보다 빠른 정착, 순조로운 정착을 위한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탈북자이다 보니 제가 발의하려는 법률은 모두 북한과 통일에 관련한 것입니다. ‘남북협력법’ 같은 것도 더 개정하고 싶고요. 또 ‘남북평화지대법’이라고 해서 남북간 휴전선을 확대하는 법 등 몇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부인과 딸을 둔 윤씨는 현재 북한음식문화연구소 소장과, 북한 관련 컨설팅 회사인 ‘대동강 컨설팅’ 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윤 씨가 후보 예비등록을 한 강서을 선거구에는, 한나라당에서 비례대표인 고경화 의원과, 대통합민주신당의 노현승 의원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씨의 출마 소식에 탈북자 연합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 측은 “남한에 정착한 1만여 명의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겼습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의 손정훈 사무국장입니다.

손정훈 사무국장: “탈북자들이 민주주의 사회에 와서 정당정치에 참여를 해서 남북한이 통일이 됐을 때, 여기에서 배운 것을 북한에 가서도 민주주의 정치를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탈북자가 국회에 제대로 출마한다면 탈북자가 민주주의 사회 적응과정에서 겪는 가장 어려운 점을 정책에 반영시켜서 앞으로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이라든지, 전환점을 맞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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