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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탈북자 지원은 경쟁력 강화에 초점 둬야’


영국 내 한국 국적 탈북자들은 한국사회의 차별과 비관적인 미래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고 말합니다. 이들 탈북자들의 말대로 한국 내 정착과 성공에 대한 장벽이 높은 것인지, 김영권 기자가 한국 내 탈북자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특히 인종차별을 많이 느꼈어요. 물병을 마구 던진다던가..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거 안 겪어 본 사람이 없더라구요. 지나가면 중국 사람이라고 욕하구.”

런던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 탈북자 김일철 씨. 지난 석 달 간 영국에서 적지 않은 모욕과 차별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김 씨는 하지만 이런 차별이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고 말합니다.

“성질이 다르죠. 한국에서 받는 차별은 작은 차별이라도 같은 민족인데 너무 높낮이를 많이 두고 차별하니까, 그건 진짜 큰 상처거든요. 차리라 여기와서 받는 차별은 어차피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고 남의 나라 온 거니까.”

맨체스터의 탈북자 오대성 씨 역시 차별과 선입관에 대한 상처가 깊다고 말합니다.

“일단은 뭐 한국도 대학교를 많이 따지는데 탈북자란 이름이 어디 가겠어요. 연세대, 고려대 다 나와도 일자리 찾기가 힘든데 탈북자를 갖다 쓰겠어요?”

한국에서 탈북자 김일철 씨를 수년 간 도와주며 학업을 가르쳤던 대안학교 교장 K 목사는 한국사회에 탈북자들 등 소수에 대한 일정한 선입관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 목사님 여기(영국)에서는 더 이상 탈북자가 아니예요. 전 그 말이 참 가슴에 와 닿더라구요. 한국사회에서는 그들한테 아무리 잘해도 탈북자란 꼬리가 있는데, 여기(영국)서는 더 이상 탈북자가 아니라는 얘기 말이예요. 한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K 목사는 그러나, 한국 내 장벽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가 볼 때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구요. 도망치고만 싶구, 쉬운 길로 가려고 했지. 조금 힘들더라도 거기서 정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안한 것은 아니구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얘기죠. 자기네들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장벽을 도저히 뛰어 넘은 아이들이 없다면 걔네들 말이 맞죠. 하지만 그렇지 않구 잘 버텨내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탈북자 정착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한국 사이버대학교 박윤숙 교수 역시 K 목사의 말에 동의합니다.

“한국에서 걔네들이 불만을 가질만큼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생각 안해요. 여기서는 어렵다고 하면 후원해주는 분들도 많구요. 학교에서도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원하구요. 여기서 적응을 못하면 어디가도 적응하기 힘들다고 봐요.”

한국에서 수년째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계절학교를 운영 중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석 교육팀장은 탈북자들이 경쟁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방황으로 발전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탈북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이 가르치는 수업 중의 하나가 바로 경쟁의 개념이예요. 항상 수영을 할 때 물에서 발과 손을 젖지 않으면 가라 앉는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고 누군가 항상 나를 끌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계속 팔을 젖고 흔드는 것은 힘들다. 몇 번 했으면 빨리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성급한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쟁의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에 기대를 빨리 걸고 빨리 오길 원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서 오는 실망감도 더 빨리오고 더 큰 것 같구. 그래서 빨리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성향이 최근 들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탈북자 대안학교의K 목사는 경쟁사회에서 탈북자들을 일방적으로 도운 것이 역효과를 불러왔다고 말합니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주기만 했던 것이 이번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탈북자란 관념 속에서 사실은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훈련되어 지고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었을 때 줘야 되는 건데 그냥 일방적으로 주다 보니까. 그래서 그들이 영국 가면 그렇게 된다는 소문 때문에 간 것입니다. 사실은 말이 좋게 영어도 배우고 뭐도 하겠다고 하지만 영국 가면 편히 살 수 있다라는 생각들이 있었어요.”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과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이들의 사회 이탈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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