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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핵 신고 점진적 접근법 필요’


부시 행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해 북한의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단 한번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받아내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이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부시 대통령이 여느 해와 달리 올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28일 행한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동안 연례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 ‘억압정권’, ‘무법정권’ 등으로 규정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워싱턴 소재 ‘스팀슨 센터’ (The Stimson Center)의 앨런 롬버그 (Alan Romberg) 선임연구원은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국정연설에서 북 핵 문제보다 언급해야 할 더 중요한 과제들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에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북한과 협상하기로 대북 접근방식을 전환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북한이 아직도 2.13 합의와 10.3 합의에 따라 이행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 남아있지만 부시 행정부가 지금 시점에서 대북 강경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존스홉킨스 대학교 국제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 (US Korea Institute at SAIS)의 돈 오버도퍼 (Don Oberdorfer) 소장은 미국은 한반도를 주로 위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때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좋은 소식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버도퍼 소장은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이 대체로 안정적이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나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북한을 언급할 필요성을 못느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평화연구소 (US Institute of Peace)의 존 박 (John Park) 연구원은 이번이 부시 대통령의 마지막 국정연설로서 임기 중 이룬 성과들을 검토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북한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존 박 연구원은 현재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 핵 문제를 외교 성과로 내세우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존 박 연구원은 또 현재 부시 대통령의 관심이 온통 침체위기에 놓인 국내경제에 쏠린 것도 북한이 언급되지 않은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북 핵 6자회담은 현재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놓고 미-북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한 언론은 최근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부시 행정부가 완전하지 않은 핵 신고를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핵 신고에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 민감한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같은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6자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를 단 한번에 받아내려 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완전한 핵 신고를 향해 나아가는 접근법을 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우선 북한이 정확하게 신고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신고하게 만들고 핵 신고를 세분화시키면 완전한 핵 신고가 이뤄질 때까지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이 핵 물질과 핵 활동에 대해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북한 내 핵사찰까지를 한 기간으로 정하는 등, 연대순으로 핵 신고를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스팀슨 센터’의 롬버그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신고 자체를 완전히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모든 핵 프로그램을 단 하나의 핵 신고서에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가령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완전한 핵 신고서에 포함시키지 않고 따로 언급하고 싶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북한이 이와 관련한 과거 활동과 보유하고 있는 장비 등,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해명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 핵 합의를 상당히 진척시키는 것이 국익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차기 미국 행정부가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상관없이 부시 행정부 만큼 북한과 합의를 이루는 것을 원하고 합의조건에 대해 관대한 미국 행정부는 또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 점을 생각해 신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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