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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워싱톤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서 ‘촛불 기도회’ 열려


안녕하세요?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지난 27일로 유엔이 제정한 국제 홀로코스트 기념일이 3주년을 맞은 가운데, 워싱톤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관해 자세히 전해 드립니다. 이어서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의 새 영화 ‘주노’의 내용을 살펴보고, 주연 배우와 감독의 얘기도 들어봅니다. 오늘 신간안내 시간에는 하바드 대학교 총장이자 역사학자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씨의 새 책 ‘고난의 공화국 (Republic of Suffering)’을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지난 한 주 동안의 문화계 소식 간추려 드립니다.

- 미국 빈곤층의 어려움을 묘사한 코트니 헌트 감독의 장편 데뷔작 ‘Frozen River (얼어붙은 강)’가 올해 선댄스 영화제 극영화 부문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기록영화 부문에서는 태풍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한 부부의 얘기를 그린 ‘Trouble in the Water (물 속의 재난)’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 지난 27일에 거행된 제14회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There Will Be Blood (피가 흐를 것이다)’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남우 주연상을, ‘Away From Her (그 여인에게서 멀리)’의 줄리 크리스티가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한편 26일에 열린 미국 감독조합상 시상식에서는 ‘No Country for Old Men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감독한 조엘 코언과 이슨 코언 형제가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 오는 2월 26일에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평양 공연이 전세계에 생중계 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 국립 교향악단이 올 가을에 영국에서 두 차례 공연을 갖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최근 1백20명으로 구성된 북한 국립 교향악단이 오는 9월 수도 런던과 영국 동북부의 미들브로에서 각각 한 차례씩 공연한다고 보도했습니다.

- 스코틀랜드 출신의 희극 배우이자 작가인 A. L. 케네디의 다섯번째 소설 ‘Day (데이)’가 영국 문학계 최고 권위의 상 가운데 하나인 코스타상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습니다. 케네디의 소설 ‘Day (데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으로 참전했다 전쟁포로가 됐던 데이란 이름의 영국인이 독일을 방문해 과거의 악몽에 직면하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 미국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인 에드워드 호크가 지난 24일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지난 1973년 첫 작품을 발표했던 에드워드 호크는 77세를 일기로 숨지기까지 왕성한 창작열을 보이며, 9백여편이 넘는 단편 추리소설을 발표했습니다.

문화계 단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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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27일은 제3차 국제 홀로코스트 기념일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1월 2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강제 수용됐던 유대인들이 소련군에 의해 해방되는데요. 3년전 유엔은 나치 독일정권이 자행한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집단학살을 기억하고, 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이 날을 홀로코스트 기념일로 제정했습니다.

국제 홀로코스트 기념일을 며칠 앞둔 지난 25일 미국 워싱톤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에는 집단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희생자 유족이 모여 촛불 기도회를 가졌는데요. 이 날 촛불 기도회에 참가한 데이비드 베이어 씨는 독일군이 폴란드를 점령했을 당시 16살이었다며, 살아남기 위해 군인들이 버린 음식을 몰래 가져다 먹기도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베이어 씨는 탄광에서 일하다 목이 부어올라 의료실을 찾았더니, 독일군 군의관이 마취주사도 없이 수술을 강행했었다고 말합니다.

베이어 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목에 칼을 대던 의사의 얼굴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했는데요.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마취도 없이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나치 독일의 학살을 면하고 목숨을 건진 베이어 씨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시 나치 정권 아래서 무려 6백만명의 유대인들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워싱톤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3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개관후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을 비롯해 약 2천3백만명이 이 곳을 방문했는데요. 새라 블룸필드 홀로코스트 박물관장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탄압과 관련해 매우 상세한 자료가 남아있다고 말합니다.

블룸필드 관장은 독일인들이 자신들의 범죄에 관해 매우 자세한 기록을 남겼다며, 아마도 인류역사상 범죄에 관한 기록이 이처럼 상세히 남아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인들은 수천장의 사진과 수백만장의 자료를 남겼는데요. 이같은 자료가 워싱톤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잘 보관돼 있다는 것입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유대인 대학살이 어떤 통계나 수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관한 것이란 점을 알리고, 또 희생자 개개인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블룸필드 관장은 말합니다.

관람객들은 여러 전시실을 돌면서 홀로코스트, 즉 집단학살의 끔찍함을 체험하게 되는데요. ‘얼굴의 탑’이란 제목의 전시실에는 리투아니아 한 마을 주민들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3층 높이로 전시돼 있습니다.

블룸필드 관장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국경 인근에 있는 이 마을에는 9백년 동안 유대인들이 거주해 왔었다고 말하는데요. 1941년 9월 독일군이 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겨우 이틀 만에 주민들이 몰살을 당하고, 마을은 페허가 됐다는 것입니다.

워싱톤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들은 여러가지 기록이나 사진 뿐만이 아니라, 당시 유대인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했었는지 실감하게 해주는 여러 전시물들도 볼 수 있습니다.

블룸필드 관장은 박물관내에 전시중인 열차 차량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비좁은 기차에 약 1백명이 타고 며칠을 가야했다고 말합니다. 위생시설도 전혀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수용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는 것입니다.

워싱톤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이처럼 유대인 대학살의 희생자들이 겪었던 끔찍한 공포를 생생하게 되살려 보여주고 있는데요. 박물관 전시 책임자들은 방문객들이 과거에 자행된 끔찍한 학살행위를 보고 충격을 받는데 그치지않고,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있는 유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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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10대 소녀의 얘기를 가볍고 재미있게 다룬 영화 ‘주노’가 최근 미국에서 개봉돼 비평가들과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습니다.

열여섯살난 소녀 주노는 매우 똑똑하고 유머가 넘치는 소녀인데요. 하지만 한 순간의 부주의로 인해 웃어넘기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주노는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아이를 낳아서 입양시킬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주노의 가족은 경악하지만, 결국 주노의 선택을 존중하고, 적극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캐나다 배우 엘렌 페이지 양이 주인공 주노 역을 맡았는데요. 페이지 양은 주인공 주노는 매우 솔직할 뿐만 아니라, 독립심이 강하다고 말합니다.

페이지 양은 현실에서 보통 무겁고 어둡게 다뤄지는 주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는데요. 임신이란 큰 일을 숨기지않고, 공개적으로 드러내 처리한다는 점이 좋았다는 것입니다. 영화 ‘주노’는 10대 임신문제에 관해 어떤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영화가 아니라, 한 소녀의 결정에 관한 영화라고, 페이지 양은 말하는데요. 이 영화를 감독한 제이슨 라이트만 씨 역시 ‘주노’는 임신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라이트만 감독은 임신에 관한 영화라기 보다 어른이 되는데 관한 영화라고 말합니다. 열여섯살 소녀는 정신적으로 빨리 성숙해 어른이 되는 반면, 나이만 들었을 뿐, 속으론 아직 아이나 다름 없는 성인 남자들도 많이 있다고 라이트만 감독은 말하는데요. 영화에서도 열여섯살 주노는 임신을 해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데 반해, 주노의 아이를 입양할 부부는 나이는 어른이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 ‘주노’에는 주노의 아이를 입양할 불임 부부 역으로 제니퍼 가너 씨와 제이슨 베이트맨 씨가 출연했구요. 주노의 순진하고 맘씨 좋은 남자친구 블릭커 역으로 마이클 시라 씨가, 또 주노의 부모 역으로는 JK 시몬스 씨와 앨리슨 재니 씨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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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시간입니다.

유명 역사학자이자 현재 하바드 대학교 총장으로 재임중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씨가 미국 남북전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책을 펴냈습니다. 파우스트 씨의 새 책 ‘고난의 공화국 (Republic of Suffering)’에는 ‘죽음과 미국의 남북전쟁’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파우스트 씨는 1861년에서 1865년까지 계속된 남북전쟁 기간 동안 북군과 남군을 합쳐 62만명의 병사들이 숨졌다며, 미국 역사상 이같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전쟁은 남북전쟁이 유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미국 인구의 2 퍼센트가 목숨을 잃었다는 건데요. 이같은 사망자 수는 미국 독립전쟁에서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참전한 전쟁의 전사자 수를 모두 합한 것과 같다고 파우스트 씨는 말했습니다.

파우스트 씨는 새 책 ‘고난의 공화국’에서 남북전쟁의 참상이 미국인들의 생활과 미국이란 나라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있는데요. 전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해를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장의사란 직업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시신이 썩지않도록 보존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연방 국립묘지 제도가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는 등 물질적, 정치적, 정신적 등 여러가지 각도에서 남북전쟁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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