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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 문학잡지 다음 달 첫 출간 최종 합의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 문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학잡지가 다음 달 초에 발간됩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남북 간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는 촉매제로 이 같은 문화교류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 문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첫 문학잡지인 ‘통일문학’이 곧 발간됩니다.

6.15 민족문학인협회는 남북한의 문인들이 어제 개성에서 만나 통일문학 창간호 발행 계획을 확정지었다고 밝혔습니다.

창간호는 북쪽에서 인쇄작업을 거쳐 다음달 5 일 발행됩니다. 11일에는 중국에서 창간호 발간 기념식도 열릴 계획입니다.

창간호에는 남과 북의 소설과 시가 실리게 됩니다. 일본, 미국, 중국 등 해외 문학도 볼 수 있습니다.

남측 소설로는 이청준의 ‘눈길’과 은희경의 ‘빈처’를 비롯한 4편이, 북측에선 장기섭의 ‘우리 선생님’과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 등 역시 4편의 소설이 실립니다.

시 부문은 남측에선 고은과, 이근배, 도종환 등의 작품이, 북측은 오영재, 조기천 등의 작품이 확정됐습니다.

6.15 민족문학인협회의 정도상 위원장은 남과 북의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체제선전이나 개인숭배의 소지가 있는 작품을 배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실리는 북측 소설 중 장기섭의 ‘우리 선생님’은 북한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는 서해에 화학 공장을 세우려는 당에 반대하는 과학자의 고뇌를 담은 환경 소설입니다.

6.15 민족문학인협회 정도상 위원장: “이번 소설 중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는 소설의 경우 주인공은 해양연구사입니다. 당에서 바닷가에 화학공장을 세우게 되는데 해양 연구사 한명이 이를 결정한 당 일꾼과 투쟁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환경내용과 연약한 여성이 일을 해내가는 데 부딪히는 외로움과 아픔이 형상화돼 있습니다.”

이번에 실리는 북한측 박정식의 평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미학’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를 앞세우는 형식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위원장은 “분단 60년만에 남북의 문학 작품 교류가 본격화되는 셈”이라며 “통일문학의 발간은 남북의 대중 독자들에게 널리 파고들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6.15 민족문학인협회 정도상 위원장:“되도록이면 정치적이고 이념적이고 체제적인 작품을 빼고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쓴 작품을 골랐습니다. 창간호가 나옴으로써 (남북) 각각 상대방의 독자를 향해서 작품 활동이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북측 작가는 남쪽 독자를 향해 글을 써야 하고, 남쪽 작가는 북한 독자를 향해 글을 써야 합니다. 창간호는 비록 예전의 작품이지만, 2호 때부턴 신작을 싣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남북교류협력 기금을 받지 못하게 돼, 재원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이 통일부 폐기를 결정하면서 남북교류 협력기금을 심의할 부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일문학은 1 년에 두 번 발행되며, 창간호는 북측 3천부, 남측 2천부가 인쇄될 예정입니다.

남북한 문화교류는 지난 2002년 9월 남북 교향악단의 합동 공연을 시작으로, 물꼬를 텄습니다.

이어 KBS 전국노래자랑엔 평양 시민들이 등장했고, 남북 합작 드라마도 제작됐습니다.

지난 해에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금강산 4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신계사도 복원해 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집단 체조극 ‘아리랑’ 공연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 남북간 문화 인식의 차이는 여전히 큽니다.

또 남북 문화교류가 일회성 행사인 공연에 치중돼 있는 점도 문젭니다.

이 때문에 남북간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해, 북측과의 지속적인 교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남북한이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무엇보다 민간 차원의 교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정형곤 민족화해협력협의회 사무처장은 “남북의 문화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지기까지는 더 많은 상호 이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정형곤 민족화해협력협의회 사무처장: “지금 남북교류의 현수준이라는 것이 북이 상당히 제한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특히 대남관계에선 대남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주축으로 내세우거든요. 그만큼 북의 입장에선 남측에 대해 충분히 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때 지금 문화의 전반적인 이 같은 부분은 남북 교류의 초입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어느 정도 한 고비만 넘어가면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화여대 통일연구소 전영선 박사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 남북 문화 교류로 이질성을 극복하겠다는 발상은 너무 성급하다”며 “보다 긴 안목으로 남북간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화여대 통일연구소 전영선 박사: “남북관계라는 것이 아무리 사회문화가 정치, 경제와 다르게 독립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있는 부분들입니다. 남북교류가 진행이 된다면 몇 년 내에 어떤 성과가 나아진다고 하는 것처럼 문화교류도 한 5~6년 정도 진행이 된다면 남북한과 같은 문화적 공동체가 이뤄질 수 있다라고 하는 조금 안일하고 성과를 보려고 하는 그런 인식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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