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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북한의 달러화 위조 주장에 의혹 제기


북한 당국이 미국 달러화 위조지폐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는 근거가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대형 언론사인 맥클래치가 10일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이같은 보도를 일축하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만으로도 북한이 달러화 위조지폐를 제조한 사실은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대형 언론사인 맥클래치 (McClatchy) 는 10일 3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지난10개월 간의 취재 결과 북한이 달러화 위조지폐를 만들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지적은 불확실한 의혹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맥클래치는 미국의 동부와 서부에서 31개의 일간지를 발행하는 미국 3위 규모의 신문출판업체입니다.

맥클래치는 이날 보도에서 부시 행정부와 미국 의회,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른바 `수퍼노트'로 알려진 1백 달러짜리 초정밀 위조지폐를 생산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탈북자들의 발언을 인용했다”며, “그러나 자체 취재 결과 이런 취재원들에 대한 의혹이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맥클래치는 한 예로 “위조지폐 도안 제작에 참여했다며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탈북자 김동식은 1백 달러 지폐 앞면의 초상인물이 누구인지, 뒷면의 건물이 어떤 형상인지 조차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에서 이 문제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애셔 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자문관은 1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아니라 명백한 사법적 증거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애셔 전 자문관은 “기밀사항은 차치하더라도, 지난 2005년 8월 미국에서 1백여 명이 북한산 위조지폐와 위조담배를 유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실은 북한이 달러화를 위조한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사법당국이 ‘로열 참 앤드 스모킹 드래건’이라는 대대적인 활동을 통해 북한산 위조지폐를 미국에 유통하던 중국계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고,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을 통한 북한의 돈세탁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으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맥클래치는 이에 대해서도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와 칼 포드 전 국무부 정보조사 담당 차관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이들은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와 관련한 확실한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애셔 전 자문관은 자신을 포함해 국무부의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부장관, 제임스 켈리 전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은 의회에서 북한이 위폐를 제조한다는 사실을 선서를 통해 분명히 증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모두가 개인의 평판 뿐아니라 미국의 국가적 신뢰를 걸고 관련 증언을 했다는 것입니다.

맥클래치가 제기한 의문점 가운데는 북한이 1970년대의 조폐용 인쇄기를 쓰고 있어 수퍼노트를 만들 기술이 없다는 지난해 5월의 스위스 경찰 발표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의회조사국 CRS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북한은 1980년대와 '90년대에 유럽에서 여러 대의 조폐 인쇄기를 구입했으며, 전문가들은 이 기계들로 달러화 위조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또,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활동과 관련한 의구심이 스위스에서 나온 데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고위 관리들의 비밀계좌가 스위스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애셔 전 자문관 역시 수퍼노트 제조에 사용된 스위스 드라뤼에 지오리(DLR Giori)사의 “인타글리오 인쇄기는 극히 드문 예를 제외하고는 각국 정부들만 소유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범죄는 북한만이 저지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애셔 자문관은 또, “북한에서 발행된 신권들을 보면, 미국의 1백 달러 지폐가 새롭게 도안되기 전에 적용된 보안 기법들이 나타난다”며 북한은 충분히 위조지폐 제조 기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맥클래치의 보도에 대해 미국 재무부와 비밀검찰국은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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