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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 국무장관 ‘차기 미 대통령, 인권 이유로 대북협상 거부 안돼’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던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인권 문제를 이유로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또 외교적 수단을 통한 대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대북 협상을 거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0일 출간된 ‘차기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메모: 미국의 명성과 지도력 회복 방안’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인권운동가들이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로부터 북한을 안보보다 인권 측면에서 접근할 것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권고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한이 전체주의 국가로 남아있는 한 미국은 북한과 전통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전쟁의 위기를 줄이는 것은 확실히 도덕적 가치가 있는 일이며,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북한의 인권 등 정책 완화에 대한 보장도 없다며,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특히 북한과 관련해 가까운 장래에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북한이 이웃국가들이나 미국에 위협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차기 미국 대통령은 그것을 최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차기 미국 대통령이 인권침해 등 도덕적 기준 때문에 북한과의 안보 문제에 관한 협상을 거부하면 안보와 인권 두 가지 모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설명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대사를 거쳐 1997년부터 2001년까지는 국무장관을 지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미국 외교 역사상 북한을 방문한 첫 최고위급 관리로, 북한의 핵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00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역사적인 방북으로 조성된 미-북 간 화해 분위기는 그러나 조지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발표하고, 북한이 미국과 체결한 핵 동결 합의를 깨고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구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급속도로 냉각됐습니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선회로 핵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외교는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창출하는 수단이고, 적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외교적 수단을 통한 대북 접근법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한편,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저서에서 자신이 만나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성적이고, 지적이며, 견문이 넓은 사람이라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또 김 위원장이 자신의 방북 중 열린 만찬 석상에서 자신에게 계속 술을 권하는 주변사람들에게 이를 중단하도록 지시해 자신을 보호해 주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김 위원장은 여성을 상당히 존중하는 사람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개인적 면모에 대한 평가는 그를 면담한 사람들에 따라 매우 다르지만, 북한 당국의 세습적 독재와 극심한 인권유린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사들은 그가 능력 있는 지도자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측근 가운데 한 사람으로, 힐러리 의원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 대북 외교정책 수립에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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