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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커스 놀랜드 박사 – ‘북한 경제 진단’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08년 새해를 맞아 미-북 관계와 남북관계, 정치안보, 경제, 인권 등 한반도 관련 주요 쟁점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특집 인터뷰를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순서로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으로 있는 마커스 놀랜드 박사와의 대담을 통해 올 한 해 북한경제를 진단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놀랜드 박사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스티븐 해거드 교수와 함께 지난해‘북한의 기근 – 시장과 원조, 개혁’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한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경제 전문가입니다. 유미정 기자가 놀랜드 박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놀랜드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해는 북 핵 문제의 순조로운 진전과 함께 북한도 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와 의지를 보였던 한 해였던 것 같은데요, 올 2008년 북한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놀랜드: 내년도 북한경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서 북한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시장지향적이고 상업적인 면에서의 의존도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그 같은 성장이 계속되는 한 생산원료에 대한 왕성한 수요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그런 측면에서의 경제 활동이 북-중 간에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좀 더 큰 시각에서 봤을 때 북한은 외부 관계 개선으로 만들어진 호기를 경제 개혁과 도약의 기회로 삼지 못한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로 지적됩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북한은 핵 문제 등 정치상황 개선으로 외부의 지원 증가와 경제제재 해제 가능성 등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는데도, 이를 경제개혁을 위한 지렛대가 아닌 정치통제를 다시 강화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북한이 진정한 경제개혁 의지가 없는 한 올해도 북한경제에 큰 지각변동은 없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경제를 크게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뚜렷한 경제정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십니까?

놀랜드: 북한은 일관되고 뚜렷한 경제정책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험이 아주 풍부한 한 서방 외교관리는 북한의 경제정책을 여러 파당과 이해집단 간에 계속되는 ‘줄다리기’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개혁을 향한 정책 변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한쪽으로는 이에 반발하는 퇴행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북한의 경제정책은 그래서 ‘두보 전진, 한보 후진’의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왼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오른손이 모르고, 또 양손이 서로 반대로 향하는 양상이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은 경제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 일부에서는 그래도 느리기는 하지만 북한이 변화하고 있으며, 개혁·개방의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

놀랜드: 그 문제는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을 근거해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최근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수와 주민들의 시장활동 참여를 제한했습니다. 남북경협을 통해 추진되는 사업을 보더라도 북한이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은 아주 제한적입니다. 즉, 북한은 주민들과 외부 접촉이 최대한 차단되는 경계가 둘러진 개성 공단 사업이나 금강산, 또는 백두산 관광 사업 같은 것 만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모든 것들이 개혁을 체계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인 정부의 행동으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북 경협을 말씀하셨는데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활발해진 남북 경협이 북한경제에 근본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놀랜드: 북한 제가 진정으로 회복되려면 중국,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지의 투자자와 상인들이 단지 북한 당국이 허가하는 개성과 같은 작은 지정구역 뿐만 아니라 북한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개방이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한국은 경제에 있어서 북한의 큰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북한은 남북 경협에서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아주 제한적인 사업만을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과 같은 곳은 북한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외딴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은 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고, 사고 팔며, 이동하는 진정한 경제활동을 크게 불안해 하고, 장벽을 치고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사업에만 안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사는 국제무역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한 어느 나라도 빠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이 바로 가장 좋은 예입니다. 한반도가 분단될 당시 북한은 남한보다 더 부유했었지만 한국은 국제무역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오늘날 현격한 반전을 이뤘습니다.

북한의 문제는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에서처럼 자신들이 건설만 해놓으면 사람들이 당연히 찾을 것으로 믿고 있는 데 있습니다. 그 좋은 예가 나진 –선봉 경제특구입니다. 경제적으로 실현가능하지 않은 지역에 작은 경제구역을 만들어 놓고 경제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북한은 훨씬 더 광범위한 방식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외국 국가들의 개입을 허용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도 경제개발의 중요성을 알지만 체제유지를 위해서 북한식 경제개발을 모색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북한의 김영일 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베트남이 북한의 경제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놀랜드: 저는 베트남이 북한보다 엄청나게 더 자유로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아직 정치적 인권 문제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개방에 대해 지지와 호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베트남보다 훨씬 개방이 덜 돼 있습니다. 북한은 베트남식 모델을 따르는 데 있어서 궁극적으로 이점을 자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압도적인 ‘통제권’를 고집한다면 경제가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람들은 중앙권력에 의해 단순히 통제조정 되기보다는 경제적 기준에 의거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치권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정치통제를 전면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베트남에서처럼 다양한 집단들에게 개방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더 큰 자치권을 허용한다면, 상당히 빠른 경제 재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박사님께서는 북한의 식량 문제에도 조예가 깊으신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놀랜드: 북한 식량난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중국이나 남한, 그리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공산품과 지하자원을 수출하고 곡물을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모든 곡물을 자체 생산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세계 시장에 상품을 내다 팔고, 외화를 벌어들이고, 대신 식량을 캐나다, 아르헨티나, 호주 등지에서 수입해야 합니다. 언젠가는 미국도 북한의 식량 수입 대상국이 되겠지요. 북한의 식량과 에너지 등 문제 해결의 열쇠는 결국 북한 경제의 회생이고, 그러기 위해서 북한의 개방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문제를 살펴온 전문가로서 북한의 경제 회생을 위해서 북한 정부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놀랜드: 북한은 교육 수준이 높은 풍부한 노동인력을 갖고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 등 부유하고 역동적인 경제 강국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 향상을 원한다면 이런 이웃 나라들의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비된 절차와 관례를 마련해야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일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보유하고 못한 것은 바로 청사진(Blue Print)입니다. 그들은 세계가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고, 그것을 세계시장에 내다 팔 방법이 없습니다. 그 영역이 바로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가 필요한 곳입니다. 한국의 재벌과 일본의 대기업들, 그리고 중국의 기업들은 청사진이 있습니다.

이들은 무엇을 생산해야 할지 알고, 생산품들을 세계시장에 팔 수 있는 마케팅 유통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시장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들의 투자로 고용이 창출되고, 북한은 세계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북한 정권이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잃을 각오가 돼 있는지에 대한 정치적 결단입니다. 북한은 적어도 지금까지 봤을 때는 통제권을 포기하기를 아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새해 특집인터뷰 네 번째 순서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박사로부터 북한 경제에 관한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내일은 마지막 순서로 올 한 해 북한 인권 문제 전망에 관해 미국 뉴욕에 소재한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과의 대담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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