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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신고 문제 놓고 고민 중일 것


핵 신고 문제에 대한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북한은 당초 지난해 11월에 핵 신고를 한다고 했지만 끝내 연말 마감시한을 넘기고 말았습니다.북한이 핵 신고를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안하고 있는 것인지 그 배경과 전망을 취재했습니다. 최원기 기자입니다.

북한이 새해 첫 날인 1월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은 글자수로는 1만자,2백자 원고지로는 50매 이상의 방대한 분량입니다.그러나 북한의 올해 정책방향을 밝히는 이번 공동 사설에는 최대 현안인 핵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그저 미국에 대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장내야 한다"는 과거에 늘상 해왔던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입니다.

핵 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침묵은 지난해 11월부터 석달째 계속되고 있습니다.당초 북한은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라 지난 11월 말,늦어도 연말까지는 핵 신고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기관지인 ` 조선신보'도 지난 11월 26일 평양발 기사에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사실 은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두 달 간 핵 신고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선전매체는 물론 당국자들은 핵 신고 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초 임기 중 최초로 북한에 친서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주일 뒤 '우리는 의무를 다할 테니 미국도 의무를 다하라'는 극히 형식적인 내용을,그것도 구두답신 형태로 보내는 데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신고에 침묵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 크게 세 가지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의 침묵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초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해 모종의 주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수뇌부가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을 공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보낸 친서 중에 시리아의 핵 확산 등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은 이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견해는 김정일 위원장은 핵을 폐기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로 결단을 내렸는데, 실무자들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서울 국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정창현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완전한 핵 신고를 했을 경우, 미국도 그 반대급부를 제대로 제공할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견해는 ‘군부 반대설’입니다. 이는 북한 군부가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 김정일 위원장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의 안보 전문가인 경기대학교의 남주홍 교수는 군부는 북한 사회의 최대 기득권 세력이라며, 북한은 처음부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공화당 소속인 부시 대통령 임기 중에 미-북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인권 문제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될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수뇌부가 어떤 이유로 핵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신고를 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한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000년 이후 8년만에 찾아온 미-북 관계 개선의 전략적 기회를 또다시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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