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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군부 `김정일 위원장 결정 번복할 수 있는 기구'


북한의 군부가 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핵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북한 군부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 군부는 어떤 이유로 핵 폐기에 반대하고 있는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군부는 어떤 관계인지 최원기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요즘 북한의 군부에 관심이 많습니다. 북한 인민군 수뇌부가 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유력지인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최근 미국 정부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인민군 수뇌부와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 방문을 앞둔 지난 11월 30일 “북한 군부와 만나서 핵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힐 차관보의 군부 인사 면담 요청을 거부해 이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 군부를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북한 군부는 핵 시설과 핵 프로그램을 대부분 통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폐기하기로 결정을 내렸을 경우 북한 군부가 가장 손해를 봤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한 군부가 평양의 권력판도에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한 해주에 남북 합작공단을 세우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군부 인사를 불러 의견을 들은 뒤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안보나 대외 문제를 결정할 때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군부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이영종 연구원은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의견을 번복시킬 수 있는 것은 군부 뿐이라고 말합니다.

서울 경기대학교의 안보 전문가인 남주홍 교수는 북한 군부로서는 도저히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군부가 보기에는 자신들이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는 것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인데,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은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신세가 된다는 것입니다.

남주홍: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만일 북한 군부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낡은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핵무기를 가지면 안보가 1백% 보장된다는 생각은 냉전시대의 낡은 생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 핵무기는 국가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만으로도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권좌에서 밀려났습니다. 또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은 눈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과 파키스탄은 전략적인 입지가 다릅니다.

파키스탄은 미국이 추진하는 ‘테러와의 전쟁’최일선에서 싸우는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북한은 아직 미국의 적대국가입니다.

특히 북한이 끝내 핵 신고와 핵 폐기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1718호를 다시 동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북한 군부가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핵무기로 어떻게 북한의 안보를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결론적으로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안보를 보장받는 최선의 길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의 진정한 안전보장은 핵을 보유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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