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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초대석] 첫 소설 ‘세컨핸드 월드’  발표한 캐서린 민


캐서린 민씨는 최근에 첫 소설 ‘세컨핸드 월드 (Secondhand World)’ 를 발표해 비평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부지영 기자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부)저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지난해 ‘School Library Journal (학교 도서관 저널)’이 선정한 우수 도서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는데요. 축하드립니다.

(민) 감사합니다. 아마 모든 작가가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오랫동안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정말로 기쁩니다. 그동안 이 소설만 쓴 건 아니지만 쓰다말다 하면서 한 5-6년 걸린 것 같습니다.

(부) 이 책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었습니까?

(민) 이 책의 주제는 대부분 제가 이전에 단편에서 다뤘던 것입니다. 저는 항상 미국내 한인 이민자들과 자녀들 사이의 갈등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자녀들이 영어만 하고 부모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긴장관계 말입니다. 제 경우만 해도 뉴욕주 북부에 있는 얼바니시 교외에서 자랐는데요. 주변에 한인들이 많지 않아서 항상 아웃사이더, 외부인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소설 ‘Secondhand World’ 의 주인공인 이사 (Isa) 처럼 사람들은 나이가 어릴 때는 모든 걸 다 잘 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을 자신의 잣대로 재는 것이 어렵다는 걸 느끼게 되지 않습니까? 세상의 모든 일을 흑과 백으로 뚜렷하게 구분하진 못한다는 것, 즉 세상 일이란 좀 더 복잡한 것이고 회색인 부분이 많다는 걸 나이가 들 수록 알게된다고나 할까요? 그런 것을 소설에서 다루고 싶었습니다.

(부) 언제부터 작가가 되려고 생각했습니까?

(민)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항상 이야기를 만들어서 적어두곤 했죠. 그리고 사람들에게 아주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환상의 세계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인물을 창조해 내고 그들의 얘기를 생각했고 또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아마도 한인이 별로 없는 얼바니에서 자라면서 제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 항상 책을 좋아했고 책벌레였습니다. 글 쓰는 것도 물론 좋아했구요.

(부) 어렸을 때 책을 좋아한 사람들은 한번쯤 작가가 되길 꿈꾸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같은 어릴 적 꿈을 실현시키는 사람은 드문데요. 다른 일을 하면서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잊는 사람도 있지만,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캐서린 민 씨는 소설이 출판돼 나오고 호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언제 처음 작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았습니까?

(민) 단편이 몇 편 문학잡지에 실렸었습니다. 이런 문학잡지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문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는데요. 아마 다섯 편인가 여섯 편 단편을 냈구요. 그 다음에 ‘미국 예술진흥 재단 (National Endowment Fund)’에서 2만5천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글 쓰기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누가 돈을 선뜻 내준거니까 말이죠. 제 능력을 인정해준 거죠. 저한테 큰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되려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위해서 써야하고 계속 쓰다 보면 저 처럼 인정을 받고 소설이 출판되기도 하는데요. 그럼 물론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글을 쓰는 이유가 돼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소설이 출판되지 않았더라도 전 아마 계속 글을 썼을 겁니다.

(부) 그럼,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셨나요?

(민) 네. 매사추셋츠주에 있는 앰허스트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그곳에서 Mary Gordon과 같은 훌륭한 교수님들을 만났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확실히 모르겠어서 콜럼비아 언론 대학원 (Columbia Journalism School) 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습니다. 제 어머니 같은 경우 소설만 써서는 돈을 별로 벌지 못한다며, 제가 언론인이 되길 바라셨습니다. 언론인이 되면 일단 직업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언론분야에서 몇년 일했지만 그동안에도 계속 소설을 썼습니다.

(부) 소설을 읽다보면 소설내용중 어느 만큼이 작가가 직접 경험한 것이고 어느 만큼이 허구인지 궁금증을 갖게 되죠. 저도 캐서린 민 씨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점이 궁금했는데요. 주인공 이사는 캐서린 민 씨와 같은 시절인 1970년대에 미국 교외에서 자라는 걸로 그려져 있습니다. 소설 내용중 어느 만큼이 본인의 직접 경험인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혹시 주변에 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있었는지요?

(민)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사건 중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없습니다. 저희 집에서 불이 난 적도 없고, 피부나 머리가 하얀 알비노 소년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전부 지어낸 얘기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감정, 얼바니시 교외에서 자라면서, 또 학교에서 유일한 한인으로 늘 소외받는 그런 느낌은 제 경험을 토대로 한 겁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아버지 역시 제 아버지 처럼 물리학 교수인데요. 실제 제 아버지를 모델로 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점은 있죠. 감정 면에서 소설가가 되려면 주인공이 경험하는 것을 공감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부 지어낸 것입니다.

(부) 소설을 보면 주인공 이름이 이사도라 명희 손이죠. 한국계 미국인 2세이고 사춘기에 심하게 갈등하는 10대소녀인데요. 어떻게 보면 미국과 한국, 두 문화 사이에 끼어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만 해도 어머니는 유명한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의 이름을 따서 이사도라, 애칭으로 이사라고 부르는 반면, 아버지는 한국이름 명희를 고집하죠. 이런 인물설정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민) 한 가정에 관한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몹시 흥미를 가졌던 것 가운데 하나는 한국인이건, 아니건, 모든 이민자 가정의 자녀에게 부모는 이해하기 힘든 존재란 겁니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는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으니까요. 소설의 제목 ‘Secondhand World (물려받은 세상)’ 처럼요. 이사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는 이사를 인정하지 못합니다. 문화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 세대가 가졌던 문제이기도 하지요. 이사는 소설 끝에 가서6.25 전쟁 당시 아버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죠. 저희 아버지처럼 6.25 전쟁이 끝난 후 미국에 이민 온 세대, 그 세대에게 6.25 전쟁은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고,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 점을 이사는 아주 나중에 아버지가 숨진 뒤에야 깨닫게 되죠.

(부) 그럼 아버지로부터 6.25 전쟁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으셨나요?

(민) 아버지가 은퇴한 후 회고록을 쓰셨는데 거기에 전쟁중에 겪은 얘기를 많이 쓰셨습니다. 사실 소설을 쓰면서 아버지의 회고록 내용을 많이 참조했지요. 그 세대 한인들 중에는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희 친척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지만 주변에 이산 가족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소설 속에서 아버지는 전쟁중에 누나가 이북으로 납치되지만 부인에게도 그런 얘기를 못 하고 혼자서 속으로 앓습니다.

(부) 소설에서 이사와 어머니가 쌍꺼풀 수술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어머니가 이사에게 쌍꺼풀 수술을 받으라고 권하면서 직접 의사에게 데려가기도 하구요. 책 겉표지에 실린 사진을 보니까 캐서린 민 씨는 쌍꺼풀이 없는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어머니가 소설 속의 등장인물 처럼 쌍꺼풀 수술을 권한 일이 있나요?

(민) 아니오. 저희 어머니는 절대로 제가 그런 걸 하길 바라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한국에서 1년동안 산 일이 있는데요. 서울 외국인 학교에 다녔었는데 그 때 쌍꺼풀 수술을 받는 친구들을 봤습니다. 그걸 보고 참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쌍꺼풀 수술을 받는 건 일종의 자신에 대한 혐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동양인이 동양 사람 처럼 보이는 걸 거부하고 서양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하니까 말이죠. 소설에서 이사는 별로 얼굴이 예쁘지 않은데 비해 어머니는 굉장한 미인입니다. 어머니는 이사를 더 예쁘게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이사는 결국 그런 걸 바라지 않고 그냥 본래 모습으로 남고 싶어하는 거죠.

(부) 이사는 소설에서 알비노 소년, 그러니까 피부가 병적으로 희고 머리카락도 하얀 백변종 소년과 사랑에 빠지게 되죠. 이사는 히로 (Hero), 그러니까 해롤드 (Harold) 가 자기 처럼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매력을 느끼는데 해롤드는 이사에게 어떤 매력을 느끼는 거죠? 사실 알비노는 굉장히 흔치 않고 저도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어떻게 그런 인물을 생각해 냈는지 궁금합니다.

(민) 소설을 쓸 때는 많은 일이 일어나죠. 사실 어떻게 소설이 진행되는지 작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히로를 그냥 백인 소년으로 설정했다가 알비노로 바꿨는데요. 동양인인 이사와 비교해서 백인을 과장해서 표현했다고나 할까요? 이사와 히로의 대조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알비노는 이사 보다도 더 특이하죠. 이사가 사는 동네엔 다른 동양인이 없었지만 세계 전체 인구를 보면 동양 사람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알비노는 정말 드물죠. 하지만 히로는 그런데 개의치 않습니다. 이사는 그런 점에서 히로에게 끌리는 거구요. 히로의 입장에서도 비슷하겠죠. 이사의 다른 점에 끌리는 거고, 또 이사가 자기를 우상처럼 생각한다는걸 아니까 그런 것도 마음에 들었겠죠.

(부) 사실 참 비극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슬픈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가 마침내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민) 네. 이사가 잘 되기 바랬습니다. 이사가 부모의 죽음에 어느 정도 책임을 느끼는데, 소설 마지막에 가서 스스로를 용서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과거, 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에 겪은 일 등을 알게 되면서 부모를 이해하게 되고 더 가깝게 느끼게 됩니다. 이사가 어렸을 때 경험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랬습니다.

(부) 책 제목이 ‘Secondhand World (물려받은 세상)’인데요. 왜 제목을 이렇게 정하셨죠?

(민) 누구든지 태어났을 때 ‘타불라 라사’ 그러니까 백지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아무런 경험이 없는 상태가 아니란 거죠.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부모가 겪은 일들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Secondhand World’는 우리가 태어나는 세상은 새로운 세상이 아니고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세상이란 뜻입니다. 이 세상은 불완전한 것이지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또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세상이기도 한 거죠.

(부) 능력 있는 한국 작가들이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혹시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는지요? 한인 작가들끼리 교류가 있습니까?

(민) 네. 저는 이창래 씨를 우러러 보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이창래 씨 작품 ‘제스추어 인생’을 아시아 문학 강의 시간에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키 킴 (Suki Kim)씨의 작품 ‘Interpreter (통역사)’도 읽었구요. 그밖에도 한인 작가들이 많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또 아시아계 작가들 사이에 인정받는 사람도 많구요. 다른 한인 작가들 하고 이메일나 서한을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교류는 없습니다. 우리는 한인 작가로 보이기 보다는 미국 작가로 보이길 바랍니다.

(부) 마지막으로 지금 쓰고 계신 새 소설을 좀 소개해 주시죠.

(민) 네. 중요한 등장인물이 세 명인데요. 먼저 백인 바이올린 연주자가 한 명 나오는데요. 이 사람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는 현악 4중주단을 이끌고 있는데 늘 아시아계 여성만 사귄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백인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시아 페티시즘 이라고나 할까요? 그 문제를 한번 다뤄보고 싶습니다. 다른 주인공은 한인 첼로 연주자인데 다발성 경화증 환자입니다. 건강이 좋지않죠. 백인 남자와 이 한인 여성은 한 때 연인이었습니다. ‘Secondhand World’보다 더 복잡한 얘기인데요. 저 자신하고는 아주 다른 인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 단계인데요. 완성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 지 모르겠습니다. 2년이상 걸릴 것 같습니다.

(부)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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