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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평화특별지대 논의 차기 한국 정부로 넘어가


지난 10월에 열렸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합의사항 중 하나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이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남북한은 지난 28일부터 이틀 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열었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은 서해평화특별지대 합의를 재검토할 뜻을 밝히고 있어, 서해특별지대 구상은 실현 자체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서울의 VOA 김은지 기자입니다.

지난 29일 폐막된 서해특별지대 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남북한은 여섯 개항으로 된 합의서 채택에 성공했습니다.

내년 1월 31일쯤 해주 특구를 위한 공동조사를 벌이고, 특구 건설의 단계적 추진과 규모 확대 그리고 제도적 장치 마련 방안 등이 합의문에 포함됐습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에 서해특별지대 추진위원회의 2차 회의를 열고 사업 구체화를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남북은 그러나 핵심 의제였던 서해 공동어로 설정은,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 도출에 실패했습니다. 회담 내내 북측은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해주특구개발 등 나머지 사업도 추진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남측은 가능한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일정을 잡아가자며, 북측을 달랬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측 수석대표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회의가 끝난 뒤 “공동어로 구역 문제는 NLL과 관여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차례 더 논의가 진행돼야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어차피 공동어로 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NLL문제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관여가 되게 돼있습니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회담의 가장 중요한 합의사항으로 꼽았던 서해특별지대 조성은, 이제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통일분과 간사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어제 "서해 NLL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서해특별지대 구상추진은 무리"라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차기 외교부장관으로도 거론되는 박 의원은 "북방한계선이 남측 영토를 지키기 위한 해상경계선인 이상, NLL 이남에 평화협력지대를 만들자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서해특구는 추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 후속합의가 이뤄지는데 대해 차기 정부와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업은 자제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지난 정상회담 이후 남북 총리회담을 비롯해 스무 차례 이상 후속 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차기 정부에서 실행해야 할 합의는 백 구십여 개나 이뤄졌습니다.

이와 별도로 실시된 십여 차례의 현지조사까지 포함한다면 정상회담 뒤 1주일에 평균 두 세차례의 남북간 접촉이 있었던 셈입니다.

이로써 2월 말 출범할 이명박 정부가 ‘서해 특별지대 구상’을 계속 추진해 나갈 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해특별지대의 핵심인 공동어로 수역 조성을 위해선 NLL을 둘러싼 남북간 이견이 먼저 해소돼야 하는데, 보수 성향의 차기 정부에선 이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김영윤 연구원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미뤄볼 때 NLL과 관련된 양측의 입장을 신축적으로 적용하지 못할 경우, 해주 특구 사업 등의 진척에도 냉각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서해특별지대는 차기 정부에서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것으로 대두되는 것 같습니다. 북측이 NLL을 포함한 공동어장이 된다면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계속적으로 고집을 한다면 (남측정부가) 서해특별지대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른 사업도 상당히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실장은 “북한의 경우 서해특별지대를 개성공단과 연계한 경제 협력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쉽사리 판을 깨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개성공단의 물류 기지로써 북측도 해주항의 중요성 일찍이 공감하고 있던 터입니다. 개성공단이 시범단계를 지나 1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북한으로서도 개성공단의 연계 개발 차원에서 해주항 개발이 필요했고, 북한측이 나름대로 불만인 것이 개성공단은 주로 제조업 가운데 조립산업 위주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필요로 한 것은 중화확 공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장희 국제법 교수는 “서해지대구상을 단순히 군사적이나 정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말고 남북 양측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국제법교수: “정상회담의 정신, 615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 한반도 평화정신에 입각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풀어줄 것을 양 정권에게 권하고 싶고 북방한계선이나 서해지역 문제를 성숙되게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치게 흑백논리로 풀어나가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갈등의 바다’인 서해를 ‘평화협력의 바다’로 만들겠다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 서해특별지대와 연계된 다양한 사업들이 빛을 보기 위해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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