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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북한 전문가들 새 정부 대북정책 우려


‘선 북 핵 폐기, 후 남북교류’ 를 강조하고 있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 노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국 내 진보성향 학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10.4 남북 정상선언에 대한 한국민의 지지 여론이 8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압박을 위주로 하는 대북 정책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국민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이명박 당선자의 새 정부 대북정책이 점차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서서히 볼륨을 높이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민족화해협력 범국민 협의회가 이달 말 발간하는 격월간지 ‘민족화해’ 신년호를 통해 이명박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자칫 남북관계를 ‘개점휴업’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대학교 대학원 양문수 교수는 ‘남북경협 사업을 재검토하더라도 공든 탑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는 제목의 글에서 “남한의 새 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모색을 위해 남북교류, 협력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경협사업이 겨울잠을 푹 자게 되는 상황이 빚어지거나 과도기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정상회담 직후 연말까지 숨가쁘게 돌아가곤 했던 당국 간의 여러 회담의 앞날을 장담치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양 교수는 “정상회담 합의 중 정부재정 투입 규모가 만만치 않을 사업들은 전면 재검토되면서 사업의 착수는 커녕 협의조차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 교수는 이 당선자의 ’10.4 남북 정상선언’ 재검토 가능성 외에도 내년 4월 9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거, 신임 장관 인사청문회, BBK 특검, 정부조직 개편도 남북관계를 소강국면으로 빠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으면서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게 되면 남북관계, 경협 사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같은 대학원 이우영 교수도 ‘남북 사회문화 교류는 경제성장과 실적 중심의 대북정책 관점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는 제하의 글을 통해 “경제성장을 절대시 하는 이 당선자의 관점은 즉각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대북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사회문화 교류는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교수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협력기금 문제, 상호주의 문제 등 그동안 한나라당이 집중 비판해 온 부분에 문제제기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인권 문제와 상호주의를 강조하면서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고 북한도 새 정권의 정책 파악을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소의 뿔을 똑바로 잡으려다가 소를 잡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충고했습니다.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서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게 돼 있고 그것이 결국 우리 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진행 중인 교류협력을 축소하거나 완전히 중단했을 경우 올 수 있는 안보위기상의 파장을 면밀하게 예측해 가면서 검토를 하든지 조절하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리아 연구원의 서보혁 기획위원은 “ 만약 새 정부가 미국과 공조해 북한에 선 핵폐기를 요구하고 그것을 남북관계 발전과 연계할 경우 남북관계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위원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관계 강화가 남북관계의 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 당선자와 미국은 크게 볼 때 ‘선 한반도 비핵화, 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입장이기 때문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추진을 담은 정상선언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관측했습니다.

한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오늘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통일 서포터스 초청 강연에서 “한반도 평화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고 정당 입장에 따른 것도 아니며 정부가 마음대로 할 것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포용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이 당선자측 입장에 대한 반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장관은 “내년 남북교류협력 기금 예산을 1조3천5백억원으로 상정했는데 예산심의 과정에서 2천5백억원을 깍자고 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남북교류협력기금은 계속 늘려가야지 축소 지향적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해 차기 정부에서도 남북협력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이 장관은 대북 지원과 관련해서 “북한은 우리가 ‘당신들이 어렵고 힘드니까 이만큼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고 도와주기 싫으면 관두라고 한다”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에게 평화가 절실히 필요하고 남북이 어떻게 협력해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지느냐를 생각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북 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보는 상반된 시각들은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상태에서 진행될 경우 상당한 마찰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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