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핵 신고 문제 언급 않으면서 미국 비난 강화


북한은 핵 신고 마감시한을 불과 닷새 앞둔 오늘까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노동신문을 비롯한 관영매체들을 통해 연일 미국의 강경세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태도는 북한이 신고 문제를 놓고 여전히 고민 중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들은 핵 문제와 관련해 지난 11월 말을 기점으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일본 내 친북단체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 등은 당초 핵 신고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는 조선신보는 지난 달 26일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사실 은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평양발 기사에서 “신고 과정에서 사실 은폐를 우려하는 분석가들은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있고 이들은 조선(북한)이 속셈으로는 비핵화를 달갑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며 “이것은 사실과 전혀 어긋나는 주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마디로 북한은 비핵화에 찬성하며, 성실하게 핵 신고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나흘 뒤인 30일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앙통신은 이날 장문의 기사를 통해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이 당초 합의한 일정에 따라 정확히 이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신은 또 북한은 연내 불능화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각측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앙통신의 이 기사는 핵 불능화에 대해서는 길게 보도했지만 문제의 핵심인 핵 신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12월 들어 핵 신고 문제에 침묵을 지키면서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9일 ‘서방식 민주주의는 가짜 민주주의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미국이 설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무고한 인민을 살해하는 자유와 피에 절은 민주주의’라고 비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14일 “미제 침략군 호전광들이 남한에서 전폭기를 동원해 북침 공중전쟁 연습에 광분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노동신문은 25일 ‘대화 상대를 반대하는 선제공격 기도’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북한은 6자회담 합의를 성의 있게 이행하고 있는데 미국 호전세력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기습 타격을 위한 작전계획을 짜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 신문은 “우리는 미국에서 나타나는 이중적 태도를 보면서 오늘 미국이 외워대는 대화도 역시 위장대화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고 부시 행정부의 의도에 깊은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이영종 연구원은 북한 선전매체의 이같은 논조는 북한 당국이 핵 신고를 앞두고 고민 중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 당국이 아직 구체적으로 핵 신고의 범위와 수준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을 벌며 서울과 워싱턴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서울 국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교수는 보다 더 적극적인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평양을 자주 방문하는 정 교수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핵 포기라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으며, 다만 실무자 차원에서 그 구체적인 신고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조만간 핵 신고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반면 서울 경기대학교의 남주홍 교수는 북한의 핵 신고에 비관적입니다. 안보 문제 전문가인 남 교수는 평양은 처음부터 핵을 신고하거나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며, 북한의 핵 문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말 마감시한을 지키는 것보다 내년 초에 핵 신고를 하더라도 성실하게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