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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연말기획] 북한 인권 문제의 한 가운데 놓인 정치범 수용소


북한의 인권 문제는 올해도 유엔과 각국 정부, 그리고 여러 비정부기구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인권단체들은 올해 북한인권 개선 운동의 초점을 관리소 (정치범수용소)에 맞추며 실태 보고서를 속속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당국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제소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사를 유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북한 관리소 완전통제구역 출신의 탈북자 신동혁 씨의 출현은 이런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2007년을 마무리하면서 보내드리는 연말 특집기획, 오늘은 그 네번째로 김영권 기자와 함께 올 한해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영권 기자! 올해 북한 인권 문제는 다른 현안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그나마 유엔 총회가 3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단체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결의안에 대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오히려 결의안은 미국 등 서방세계의 모략적 책동의 부산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헌법상 북한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한국은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1년만에 다시 기권으로 돌아섰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고사하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등 인도주의 의제조차 제기되지 못했습니다

문: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북한 인권을 계속 사각지대로 놔두는데 한 몫 했다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집권1기 때 북한 인권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던 부시 행정부는 올해 북 핵 관련 2.13 합의 이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극도로 낮췄습니다. 국무부의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특사 조차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 문제 해결이 대북 정책에서 미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문: 올해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사건과 행사들이 열렸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북한 내 관리소에 관한 국제 인권단체들의 보고서와 완전통제구역 출신 탈북자의 수기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5월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과 실태를 담은 보고서 ‘잔인함의 집결’을 발표했습니다. 뒤이어 영국에 있는 국제기독교인권단체 세계기독교연대(CSW)가 지난 7년 간 관리소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6월에 발표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14호 개천관리소 완전통제구역에서 태어나 자란 탈북자 신동혁 씨가 자신의 체험을 담은 수기 ‘북한 정치범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세상 밖으로 나오다’ 란 제목의 책을 펴냈습니다.

문: 보고서와 신동혁 씨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관리소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답: 관리소 수감자 사망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빈번한 공개 처형, 무고한 어린 자녀들까지 옭아매는 연좌제, 관리소 경비원과 관리들의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성폭행, 어린이들에 대한 강제노역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신동혁 씨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6살 때부터 학교 공부 끝나고 오후 내내 매일 일하러 갔거든요. 도로 닦기라든가 농촌 지원, 탄광에서 탄 모아주기 등을 했구요. 그리고 11살 때부터 고등중학교 가서는 수업이 없고 전문으로 일하러만 다녔습니다. 17살 때 까지요.”

신 씨는 관리소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는 무시되고 동물처럼 학대 받으며 살기 때문에 수감자들은 자신의 삶이 억울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연명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 담당 연구원은 관리소의 인권탄압보다 더 심각한 곳을 지구상에서 찾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북한 외에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외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제3자가 가서 모니터를 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 이상 더 나빠지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 북한에는 관리소가 모두 몇 곳이나 있습니까?

답: 구체적인 숫자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북한에서 관리소 경비원으로 있었던 탈북자들과 수감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적어도 6곳에 20~30만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신동혁 씨가 수감됐던 개천(14호)를 비롯해 지금까지 알려진 곳은 회령(22호), 화성(16호), 요덕(15호), 북창(18호), 청진(25호) 입니다.

문: 과거 부시 대통령을 만났던 강철환 씨 등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이 여러 명 있는데 신동혁 씨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뭔가요?

답: 신 씨가 한번 들어가면 죽기 전에는 나올 수 없다는 완전통제구역에서 태어나 성장한 관리소의 산 증인이기 때문입니다. 강철환 씨 등 대부분의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은 일정한 형량을 마친 뒤 석방이 가능한 요덕관리소 혁명화구역 출신입니다. 강 씨의 책을 읽고 관리소의 처참한 실태에 부시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는데, 강 씨가 책에서 ‘무시무시한 곳’이라고 표현한 완전통제구역의 삶은 오죽하겠습니까? 신동혁 씨는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1시간만 관리소에서 보낼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 북한 관리소 수감자들의 정신 문제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는데, 이유가 뭔가요?

답: 신동혁 씨는 죽음을 무릅쓰고 천신만고 끝에 입국한 한국 땅에서도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매 맞으면서 컸고 일 못하면 또 매맞고 그냥 저렇게 처벌 받고 굶고 하면서 그런 것을 일상적인 삶으로 생각하며 살았는데 실제로 나와서 생활해 보니까 그게 저한테는 충격이더라구요.”

코흘리개 시절부터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구타가 일상이 된 삶 속에서 공개처형을 빈번하게 목격하며 살아온 신 씨에게 바깥 세상은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신 씨를 치료했던 한국 단국대학교 정신과 이경규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무너진 게 아닌가 싶어요. 현상을 이해하고 사회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 자체가 손상을 입었죠.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 말입니다. 우리가 판단을 하려면 전체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할 것이고 느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조차 아예..경험 자체가 뭐가 옳고 뭐가 그른 것에 대한 능력 자체가 형성이 안되는 거죠.”

문: 육체적 고통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상처를 입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는 얘기인데요. 참 안타깝군요. 국제 인권단체들은 관리소 문제 해법으로 어떤 의견들을 내놓고 있습니까?

답: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박, 그리고 유엔형사재판소에 북한 정부를 제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잔인함의 집결’을 작성한 데이비드 호크 전 국제사면위원회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미국 지부장은 국제사회가 관리소 해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 규약 7장에 근거해 북한 정부를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호크 씨는 그러나 로마 규약은 2002년 7월 이후 범죄행위만을 기소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더 추가 정보들을 확보하고 보고서를 계속 발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리소 관련 보고서를 7년 간 작성한 세계기독교연대의 엘리자베스 바사 국제 담당 변호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조사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조사위원회가 설치되면 북한 방문 없이도 증언과 보고들을 수집해 국제사회가 취할 조치들을 권고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문: 이런 조치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입니까?

답: 국제 인권단체들은 증언과 실태를 담은 보고서, 그리고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등이 지금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몇 년 뒤면 김정일 정권을 반인도적 범죄로 기소하고 제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르완다 대학살과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의 대학살 등에 관한 국제재판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부는 지난 1991년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등이 관리소 문제를 조목조목 거론하자 평양 승호구역에 있던 26호 관리소를 폐쇄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바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이 북한 관리소에 또 어떤 변화를 불어넣을지 2008년이 기대됩니다.

엠씨: 김영권 기자와 함께 올 한 해 북한 인권 문제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관리소 관련 보고서와 완전통제구역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의 증언 등에 관해 되돌아봤습니다. 내일 이 시간엔 올 한 해 북한 체제와 사회 변화 등에 관해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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