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라이스 방북 가능한가?


북 핵 2.13 합의 2단계 조치 이행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사령탑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핵 신고를 둘러싼 미-북 간 교착상태가 타개될 수 있을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엠시) 최 기자,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배경부터 한 번 살펴볼까요?

최) 네,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지난해 연말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협정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관측통들은 미-북 정상이 만날려면 그에 앞서 외무장관급 접촉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이 때만 하더라도 방북은 하나의 가능성이나 기대감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 불능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다 라이스 장관이 지난 20일 캐나다에서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 방문에 대해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생각 못할 것은 없다”고 밝히면서 좀더 구체성을 띄는 분위기 입니다.

엠시)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북한의 핵 불능화가 지금 말씀하신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굳이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야 될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 핵 문제 해결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나 2.13합의는 모두 북한의 핵 폐기와 미-북 관계 개선이라는 두 가지 사항이 항상 병렬적으로 움직이게 돼 있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동결하면 중유 1백만t을 주고, 또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를 하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그런 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폐기가 완료된 다음에 하게끔 돼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게 좋을지 몰라도 북한 입장에서 보면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해 현안인 핵 신고 문제를 한번 순조롭게 해결해 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엠시) 방금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면 핵 신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요, 라이스 장관이 평양을 가게 되면 과연 교착상태에 빠진 핵 신고 문제를 타개할 수 있을까요?

최) 전문가들은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경우 교착상태에 빠진 핵 신고 문제 해결에 새로운 추진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풀어서 설명드리자면 라이스 장관 방북 자체가 핵 신고를 해결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핵 신고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요. 만일 라이스 장관이 방북을 한다면 힐 차관보로서도 "우리 상관이 평양에 가는데 북한이 좀더 인심을 써라"고 주문할 수도 있고, 김계관 부상으로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라이스 장관이 평양에 오는데 빈손으로 돌려보내기는 힘듭니다"라고 얘기해 볼 명분이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미-북 양측이 라이스 장관 방북을 계기로 힘을 합쳐 핵 신고라는 고개를 넘는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엠시) 그 시나리오가 아주 그럴듯한데요. 라이스 장관의 방북이 핵 신고 문제를 푸는데 그렇게 도움이 된다면 라이스 장관이 바로 북한 방문길에 나서면 될 것 아닙니까?

최)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은 그야말로 문제가 아주 잘 풀려나가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북한이 아주 불성실한 핵 신고를 하는 경우입니다. 만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워싱턴에서는 "이런 꼴을 보려고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방북했냐"는 볼멘 소리가 당장 나올 겁니다.

방북을 안하느니만도 못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미국의 국무장관은 대외적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고위 관리입니다. 따라서 라이스 장관으로서도 핵 신고 문제 해결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렇게나 북한을 방문하기는 어렵습니다.

엠시)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과 관련해서는 그 같은 정치적 계산 못지않게, 라이스 장관 본인의 의사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라이스 장관이 '다소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내가 북한에 가서 핵 신고 문제를 한번 풀어보겠다'라고 하면 평양에 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라이스 장관 개인 차원에서는 방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최) 북한 방문에 대한 라이스 장관의 발언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지난 1년 간 방북에 대한 입장이 조금 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는 라이스 장관이 방북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도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당시 라이스 장관은 기자에게 “가방을 꾸리지 마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지난 20일 캐나다에서 AFP통신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방북과 관련해 라이스 장관의 발언 뉘앙스와 톤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라이스 장관은 방북 가능성에 대해 딱 부러지게 거부하지 않고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상황 여하에 따라 자신이 방북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엠시) 마지막으로 한국을 비롯해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라이스 장관의 방북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최) 한국을 비롯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라이스 장관의 방북에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특히 한국은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의 대통령 직속인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이수훈 위원장은 지난 10월에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핵 신고 문제를 풀기 위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방북할 가능성이 있으나, 라이스 장관이 평양에 가려면 사전에 북한 측으로부터 핵 신고와 관련된 확실한 언질이나 담보가 있어야 한다,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최원기 기자와 라이스 국무장관 방북설의 배경과 실현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