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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이명박 당선 이후 남북관계 전망


한국에서 보수성향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당선자는 오늘 당선 확정 후 처음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기조에 대해 일부 수정을 예고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앞으로의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는 게 체제를 유지하고, 또 북한주민을 위해서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시킬 생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오늘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당선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설득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권에 관한 문제는 역시 피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이점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바뀌어야 하고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정권이 북한에 대해 비판을 삼가고 북한의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그런 것은 변화가 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얼핏 두 발언은 논리적으로 서로 모순인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순은 이 당선자가 표방하는 대북 실용주의 노선의 핵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가려 쓰겠다는 입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국 내 남북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이 당선자의 양면성 때문에 북한 측도 당분간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합의사항들에 대해 이 당선자가 그동안 언급해 온 ‘재검토’의 방향과 강도를 지켜 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 핵심참모인 고려대 남성욱 교수도 오늘 “당분간 남북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그동안 이뤄진 다양한 남북간 합의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선 한국의 신.구 정권간 인수인계 작업에서 남북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 문제가 어떻게 조율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일 이 당선자의 대통령 인수위원회 측에서 합의사항에 대해 심하게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북측의 반발로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남북관계가 꼬일 가능성이 큽니다.

집권 초 한동안 남북간 탐색전과 신경전이 계속될 경우 북한이 대남관계를 우선 순위에서 빼고 북핵을 둘러싼 대미관계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굴러가는 데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게 되면 그동안 북한은 북-미 관계 진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정책의 중심에 섰던 통일부에서는 이 당선자의 집권으로 일정 정도 남북관계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통일부 조직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통일부 한 당국자는 “이 당선자를 도운 외교안보 진영은 국제정치를 전공한 사람들이 많아 정책의 우선순위가 외교, 국방, 통일 순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불안해 했습니다.

이 당선자 측이 남북 정상선언 합의사항 전반에 타당성 재검토를 한다면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국 내 보수세력들이 가장 우려하는 영토관련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같은 사업도 정치 논리보다는 경제논리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하지만 실용노선을 견지하는 한 이 당선자가 현재 진행 중인 남북협력 시간표를 완전히 뒤로 돌리는 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거꾸로 북 핵 문제와 북-미 관계가 순조롭게 풀릴 경우 이 당선자가 공약으로 제시한 대북 지원 구상이 남북협력에 적극적인 현 정부보다 남북관계를 한층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당선자는 북한이 비핵화와 함께 개방에 나설 경우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 달성에 적극 돕겠다는 이른바 ‘비핵 개방 3천’ 구상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입니다.

“북 핵 문제가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북한에 대한 지원이 구체적으로 명기돼 있고 3천불이라는 수치까지 나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참여정부보다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 내 정치상황이 6자회담에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미미한 점을 들어 보수정권의 등장과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이나 비핵 개방을 전제조건으로 한 상호주의적 입장은 북 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대북 압박 공조라는 채찍의 논리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이 당선자가 표방하고 있는 실용주의 노선의 또 다른 단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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