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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한국 대통령당선자 비난 수위 낮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한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적인 가운데 북한은 침묵 속에 서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그 동안 한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해왔으며, 그 배경은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을 비롯한 선전매체들은 지난 4개월 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초점 이동’ 현상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명박 후보를 격렬하게 비난하더니 한국의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가까워지자 이명박 후보 대신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집중 공격한 것입니다.

북한이 이명박 씨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명박 씨는 지난 5월 16일 강원도 고성군의 통일전망대를 방문했습니다. 이명박 씨는 이 자리에서 “북한주민은 가장 가난한데 북한 당국은 강한 나라가 되고자 핵을 만드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북침 전쟁을 도발하겠다는 반공화국 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로부터 석달 뒤인 8월20일, 북한은 이명박 씨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자 열흘 간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이튿날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를 만나 북한의 핵 폐기를 강조하자 다시 포문을 열었습니다. 북한의 인터넷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8월29일 이명박 씨를 “반통일, 반북 대결분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또 지난 8월22일 당시 발표된 남북정상 회담에 대해 “핵이 있는 상태에서 회담을 하면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며칠 뒤 담화를 내고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용납 못할 반통일,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던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지난 11월 7일 이회창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자 이회창 후보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양방송을 비롯한 매체들은 이회창 후보를 ‘민족 반역자’ ’친미 주구’ 등으로 부르며 맹비난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박성훈 전 통일교육원장은 북한 당국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명박 후보 대신 이회창 후보를 집중 공격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선 북한 입장에서는 강경 보수파인 이회창 후보 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명박 후보가 되는 것이 나은 데다, 어차피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 미리 이명박 진영과 사이를 나쁘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입니다.

서울 북한연구소의 박헌옥 연구위원도 북한이 이번 한국 대선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할 경우 초래될 역작용을 우려해 관망 자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박성훈 씨는 내년 2월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도 남북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 후보가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거나 속도조절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도 매년 50만t이 넘는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의 열쇠를 한국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새로 들어설 한국의 정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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