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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 ‘일본인 납북자 문제, 미-일 동맹 관계 악화 요인’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 북한 공작원에 의한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일본인들의 정서를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가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신문에 실려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미국 정부가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없이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 문제가 오랜 우방인 미국과 일본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신문은 16일, 한 개 면을 할애해 30년 전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일본 여중생 요코타 메구미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일본 나카타 현지발로 보내진 기사에 따르면, 당시 13살이었던 요코타 메구미는 베드민턴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 공작원들의 교육을 위해 1970년대와 1980년대 메구미를 비롯해 13명의 일본인들을 납치했다고 지난 2002년 9월 공식 시인했습니다.

북한은 그해 10월 이들 납북 일본인 중 5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메구미와 나머지 7명은 이미 사망했다면서, 특히 북한 내 한국 출신 한 남성과 결혼해 딸을 하나 두었던 메구미의 경우 1993년 자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북한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북한 측이 보낸 사망자 유골에 대한 유전자 감식 결과 이들이 납북 일본인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메구미의 부모와 수백만 명의 일본인들은 지금쯤 중년이 된 메구미가 자유를 박탈당한 채 아직도 북한에 생존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신문은 이처럼 일본 내에서 납북자 문제가 차지하는 정치적 영향력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임한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이어 취임한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지난 10월 납북자 가족들을 만난 뒤 납북자 문제 해결을 북-일 관계 정상화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지금까지 2.13 합의의 일환으로 북한에 제공하기로 돼 있는 중유 제공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납북 일본인들에 대한 신뢰할 만한 북한 측의 설명이 있을 때까지 북한에 대한 경제, 에너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정부는 또 지난 10월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 선적의 일본 출입항을 금지하며, 일본제 사치품의 북한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경제 제재안을 6개월 간 연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이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없이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문제가 미-일 동맹관계를 악화 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지난 주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 미-일 관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의 수가 20.4%로 지난해에 비해 9%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할 경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도 제외하는 등 폭넓은 관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은 납북 일본인들의 귀환을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을 간과하는 한편, 북한의 계속되는 테러 활동과 인권 유린을 눈감아 주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편, 납북자 가족들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삭제를 막기 위해 미국 의회와 언론 등을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신문은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메구미의 부모가 지난달 미국 의회 의원 1백여 명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지난 달 워싱턴을 방문했던 한 납북자 가족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기정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며, 납북자 가족들 가운데 일부는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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