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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국제 인권협약 가입 발표 배경


쿠바 정부가 최근 국제 주요 인권협약에 가입하고 유엔 조사단의 국내 조사를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다수 인권 전문가들은 일단 쿠바 정부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실제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쿠바 정부의 발표 내용과 의도 등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쿠바는 북한 등과 함께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지목돼 온 나라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쿠바는 부시 대통령이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지목한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 7개 나라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인권 실태가 매우 열악한 나라입니다.

문: 그런 쿠바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선 쿠바 정부의 발표 내용부터 자세히 전해주시죠?

답: 쿠바의 페레스 로케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1/4 분기에 유엔의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등2개 협약에 가입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두 협약은 유엔 총회가 지난 1966년 세계 인권선언의 구체적 실행을 목표로 채택한 유엔의 주요 인권협약들입니다. 로케 장관은 또 2009년 초부터 유엔 인권이사회의 정기적인 국내 인권실태 조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쿠바는 그동안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유엔 인권위원회가 미국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유엔의 인권실태 조사를 거부해 왔습니다.

문: 쿠바가 이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답: 우선 새롭게 바뀐 유엔 인권이사회의 환경이 쿠바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과거 쿠바 내 인권 문제를 거세게 몰아 붙이던 유엔 인권위원회와 쿠바 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가 들어서면서 모두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초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됐습니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개혁과 실질적인 인권개선 노력을 위해 창립된 유엔 인권이사회는 설립취지와 맞지 않게 현재 쿠바와 중국, 아제르바이잔 등 인권탄압국들을 회원국으로 선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사회 47개 회원국 가운데 인권선진국으로 평가 받는 서방국은 7개 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남미와 아프리카, 중동의 빈국 또는 개발도상국으로 쿠바를 옹호하거나 쿠바의 인권상황을 문제 삼지 않는 나라들입니다.

문: 유엔 인권이사회의 조사를 받아도 이사회 내 유리한 구도로 과거처럼 결의안이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쿠바의 이번 발표는 정치적 의도가 짙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그렇지만 쿠바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답: 그런 분석은 주로 국내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나오고 있습니다. 쿠바는 현재 정치적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철권통치를 펼치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여러 차례 수술과 지병 등으로 16개월째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실질적인 권력은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이 갖고 있습니다. 권력의 구심점이 이동하면서 쿠바가 이제 국제사회에 좀 더 가까이 편입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라울 카스트로 장관은 형처럼 절대적인 내부장악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어느 정도 교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문: 서방세계 외교관들은 쿠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쿠바에 주재하고 있는 유럽연합 외교관들은 쿠바 정부가 인권개선을 위해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쿠바 정부가 10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달 유엔 식량권 담당 특사의 방문을 허용한 것은 쿠바 정부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서방세계 외교관들은 그러나 실질적인 이행이 중요하다며, 쿠바가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 여부는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합니까?

답: 쿠바가 가입하겠다고 발표한 유엔의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은 국민의 표현과 이동,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약을 위반한 나라들을 제재할 법적 구속장치가 제대로 없어 실질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예로 북한을 들 수 있는데요. 북한은 이 두 협약을 포함해 유엔의 주요 4대 인권협약 가입국이지만 규약을 대부분 위반하고 있습니다. 서방국가의 한 외교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의 주요 인권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회원국이 상당히 많다며, 따라서 인권개선에 대한 쿠바의 진정한 의도는 정치범들에 대한 석방 여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쿠바에는 현재 2백40여 명의 정치범이 감옥에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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