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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지금] 미국 작가파업 한달째…TV방송 취소 잇따라


미국의 화제와 관심거리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초부터 작가협회가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파업 6주째를 맞고 있는데 미국 방송가에서는 일정 변경과 방송 취소 등 파업으로 인한 파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영화도 제작 일정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이에 관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지난달 초에 미 전국의 작가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아직도 타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에는 2개의 주요 작가협회가 있는데요. 회원수가 1만명이 넘고, 방송과 영화의 주요 대본 작가들도 여기에 소속돼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지난달 초부터 파업에 돌입해서 이미 5주가 넘었죠. 사실 지난주에 제작자협회와 작가 사이에 사태를 타결하기 위한 협상이 있었는데요, 별 소득없이 서로의 의견 차이만 재확인한 채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파업 사태는 계속될 전망이구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문: 작가들이 파업한 이유가 뭡니까?

답: 전에도 한 번 소개해드렸었는데요. 바로 저작권료를 놓고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제작사나 방송사는 작가들에게 원고료 외에도 일정한 저작권료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 저작권료 지급 기준이 과거 비디오 시대의 기준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거든요. 지금은 DVD와 인터넷을 비롯해서 과거에 비해 미디어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작가들은 저작권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구요, 제작자들은 오히려 과거의 선지급 관행을 없애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견해 차이가 큽니다.

문: 이렇게 파업이 계속되면, 방송이나 영화산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을텐데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방송에서는 파업 직후부터 영향이 나타났는데요. 일단 매일 제작되는 토크쇼들은 파업직후부터 새 프로그램 대신에 재방송을 내보내고 있죠. 그날그날 작가들의 대본에 의존해서 만들어지던 프로그램이어서 당장 파행이 불가피했습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현재 방영되고 있는 주요 TV 드라마나 쇼프로들은 파업 전에 제작됐던 것들이라서 별 문제가 없지만, 내년 초 이후에 방영될 계획이었던 프로그램들은 대거 취소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문: 방송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게되면 심각한 상황이네요.

답: 그래서 미국 방송가에서도 이미 대비책들을 준비하는 분위기인데요. 우선 많은 재방송이 불가피할거구요. 그래서 수십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들이 내년에 새롭게 시청자들을 찾아갈 전망입니다.

문: 추억의 드라마 좋아하시던 분들에게는 어찌보면 희소식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답: 네. 또 재방송 외에도, 미국에서는 '리얼리티쇼'로 분류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리얼리티쇼'는 일정한 대본 없이 일반인의 삶이나 특정한 상황을 쇼로 만든 것인데요, 이미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입니다. 대본이 없기 때문에 작가가 없어도 만들 수 있구요. 실제로 지난 1988년에도 다섯달 동안 작가들의 파업이 지속된 적이 있는데요, 당시도 현장 르뽀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 대체프로그램이 제작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가들이 모두 빠져있는 상황에서 파행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군요.

답: 그렇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인데요. 파업을 하기로 결정한 작가들이야 당연히 자의에 의해서 일손을 놓은 것이지만, 다른 관련 산업 종사자들도 작가 파업의 불똥을 맞게되거든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방송뿐만 아니라 영화도 상당기간 제작편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임시직으로 일하는 영화 분장사나 보조 인력들은 일거리가 없어지죠. 당장 수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구요.

문: 심각한 상황이군요. 방송 하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광고인데. 광고 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겠죠?

답: 당장 광고 시간이나 단가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가시적인 영향은 없을 겁니다. TV 광고를 할 수 있는 매체의 수와 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상품회사 입장에서는 방송 편성이 바뀐다고 해서 광고 시간을 줄이기는 힘들테니까요. 하지만 일부 미디어연구소에서는 작가들의 파업이 계속될 경우 시청률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내년 1월에는 전년에 비해 시청률이 5% 정도 줄어들구요, 내년 5월에는 13%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문: 아무튼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상당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답: 네. 앞서 말씀드린대로 1988년에도 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9천명의 작가들이 5달 동안 파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방송이 제작되지 않으면서 저작권료나 광고수입 등에 차질을 빚었구요, 전체적인 경제적 손실도 5억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올해는 미국 방송가에 추운 겨울이 될 전망입니다.

하루빨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고, 파업도 종료돼야겠군요. 그런 가운데 시청자들의 권리도 존중되구요. 지금까지 미국의 화제와 관심거리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김근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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