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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공동위, 막판 조율


남북한은 오늘 경협 사업의 실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1차 회담 마지막 날 회담을 열었습니다. 양측은 개성공단 연중 상시 출입 문제를 놓고 막판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불과 1시간 전에 합의서가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자세한 소식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회담장이 마련된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에 나가 있는 김은지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1: 합의문이 막판 조율 끝에 어렵게 나왔나 보군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나요?

답: 네. 지난 이틀 동안 남북경협사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했던 양측은, 당초 예정했던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합의문 조문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합의문을 보면 남북 양측은 우선 6개 분과위원회 가운데, 조선협력과 개성공단, 그리고 농수산과 보건의료환경 등 4개 분과위원회를 이달 안에 연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특히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농수산 분과위원회를 열고, 동해 어로와 수산물 가공 등에 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또, 단천지구와 조선협력 단지 현지 조사를 조속히 실시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 양측은 경협제도 분과위원회와 자원개발협력 분과위원회 등 2개 분과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하는 데도 합의했습니다.

북측이 제기했던 ‘자원개발협력 분과위원회 1차 회의’는 내년 1월 중 개성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서해유전개발과 관련한 논의는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 측이 제안한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물자수송은 앞으로 열릴 분과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핵심쟁점이었던 개성공단 3통문제와 상시 출입허용 문제는 북측의 반대로, 출입 시간을 오전 7시에서 저녁 10시까지로 확대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개성공단 연내 활성화 방안에 관한 논의는 오는 20일 개성에서 열리는 분과위원회에서 구체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 방안을 끌어내자’는 남측의 제안도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질문2: 양측이 합의문 도출에 진통을 겪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남북 양측은 당초 예정됐던 종결회의 시간을 연장하면서 합의문에 담을 내용을 놓고 마지막까지 절충작업을 벌였습니다.

남북 대표단은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잇따라 위원 접촉을 갖고, 합의서 문안을 조율하면서 최종 타협을 시도했습니다.

남측은 이번이 남북경협공동위원회가 첫 회의인 만큼, 지난 달 총리회담에서 합의된 것보다 좀더 진전된 내용을 합의문에 담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에서, 기존의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자고 맞서는 바람에 합의문 도출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또 회담 소식통에 따르면 예정보다 회담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동해 지역에 공동어로수역을 추진하는 문제를 놓고 북측이 쉽게 합의를 안했기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종결회의 시간은 물론, 당초 오후 3시로 예정됐던 북측 대표단의 귀환 시간도 늦춰졌습니다. 양측 대표단은 약 1시간 전에 합의서를 발표한 후 저녁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질문3: 그렇군요. 특히 쟁점이 됐던 부분이 개성공단의 3통 문제였다구요?

답: 네. 그렇습니다. 남북 양측은 개성공단의 ‘연중 상시 출입 문제’를 놓고,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특히 남측이, ‘원하는 날짜에는 하루 중 언제라도 개성공단을 자유롭게 출입할 것’을 요구한 반면, 북측에선 군사 당국과의 협의를 이유로 들며 반대했습니다.

어제까지만해도 양측은 총리회담에서 합의됐던 개성공단의 통행시간 확대와 무선전화 허용은, 이번 회담에서 일정을 잡기 어렵다며, 곧 열릴 분과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측이 이번 회담에서, 연내에 통행시간을 확대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로 입장을 바꿈에 따라, 북측에 개성 공단 상시 출입 문제를 계속해서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의문 작성을 앞두고 남측 정부가 이처럼 갑자기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으로는, 이번 회담에서 ‘보다 진전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실 남측 정부는 회담 전부터, 이번 회담이 산하 분과위원회에서 다룰만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논의하기에는 격이 맞지 않아 고민해왔습니다.

특히 회담에 임하기 전부터 남측은 개성공단의 연내 활성화 문제를 핵심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때문에 이번 합의문 조문 과정에서 남측의 부담이 더욱 컸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질문4: 합의문을 보면 이번 회담이 실무접촉 수준에 그쳤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는 북측의 요구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답: 네. 그렇습니다. 우선 합의문을 보면 북측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사업인 조선 분야의 진척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조선 분야의 경우, 이달 안에 안변과 남포 지역 2차 실사에 이어, 조만간 북측 조선업계 관계자들도 남측 조선소를 찾을 계획이어서,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는 분얍니다.

이 같은 합의는, 현재 넘쳐나는 수주물량으로 신규 조선소 건립이 시급한 국내 조선업계로서도 환영할 만한 성과로 보여지는데요.

하지만 남측이 연내 해결을 모색했던 개성공단의 3통 문제와 남측이 제안했던 개성과 평양 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물자 수송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종합해보면, 첫날 제기됐던 우려대로, 북측이 이번 회담의 성격을 실무접촉 수준으로 제한함에 따라, 폭넓은 논의는 사실상 어려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5: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의 3통 문제는 군사보장 조치를 원했던 북측의 의지로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지요. 사실 북한 측의 이런 반응은 회담 전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지 않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북측은 문산과 봉동간 화물열차 운행이나 공동어로구역 같은 경협사업 마다, 군사보장조치를 위한 협의를 원했었는데요. 그때마다 마지막까지 합의문을 놓고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처럼 북측은, 경협사업에 필요한 군사보장조치를 '살라미 전술' 차원에서 한 건씩 해결해나간다는 그런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살라미 전술’이란 이탈리아 소시지에서 나온 말인데요. 한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개 쪼개서, 각각에 대한 보상을 받아냄으로써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살라미 전술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도 북측이 ‘살라미 전술’을 구사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을 해볼 수 있습니다.

질문6: 이번 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답: 네.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회담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일각에선 이번 합의문이 ‘내용이 없는 빈 껍데기가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당초 남북경제 공동체 구성을 제안했던 남측 정부의 기대가 이번 회담에서 구체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부터,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의 성과를 누구보다 기다렸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로선 실망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를 확정한 기업만 250개를 넘었고 일하는 근로자는 2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은 안되고, 적어도 사흘 전에는 신고를 해야 물건을 남쪽으로 실어 나르는 등 불편은 여전합니다.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이 같은 문제들을 이번 회담에서 속 시원히 풀어 줄 것이란 기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통행절차 간소화나 3통 문제 해결 같은 보다 속 시원한 해답은, 다음 분과위원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회담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후 처음으로 가진 회담이었던 만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남북 양측이 큰 틀에서 남북정상선언이 신속히 이행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고, 남측 수석대표인 권오규 부총리가 북한당국에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할 것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등, 의미 있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회담의 한 소식통은 “남북이 서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경제공동체를 형성할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연내 활성화와 같은 중요한 현안들을 분과위원회로 넘겼기 때문에, 앞으로 분과별로 개별적인 실무회담이 봇물을 이룰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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