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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신고 앞두고 지루한 협상 가능' - 전문가


북한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사흘에 걸친 방북 기간 중 최대 현안인 핵 신고와 관련해 `모종의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힐 차관보를 상대로 그동안 어떤 협상 전술을 구사해왔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2005년 9월 베이징에서 ‘9.19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북한은 이 공동성명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무기를 없애기로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지난 2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채택한 `2.13 합의'부터는 북한이 공동성명에서 약속했던 ‘핵무기 폐기’란 용어가 사라졌습니다. 그 대신 2.13 합의와 그 뒤에 채택된 `10.3합의'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불능화하고 신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문제는 ‘핵 프로그램’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이 북한의 핵 시설, 핵물질, 핵무기, 핵 확산, 우라늄 농축 등 5가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른 해석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는 신고나 폐기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의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미 지난해 12월 “핵무기는 현 단계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협상 전술에 대해 책을 쓴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게 ‘원칙적 합의’ 협상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핵 문제 해결’이라는 다소 모호한 원칙적 합의를 해 놓고 나중에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일단 모호한 합의를 해놓고 나중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협상 전술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또 ‘살라미 전술’이라는 협상 전술도 구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살라미는 서양 소시지 중에서 가장 작은 소시지로, 북한은 핵 문제를 여러 개로 쪼개 카드로 활용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받아내는 협상 전술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라늄 농축 문제도 이와 관련한 한 가지 사례로 꼽힙니다. 북한은 당초 우라늄 농축 문제 자체를 부인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계속 이 문제를 추궁하자 지난 10월 북한은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특수 알루미늄관과 관련 문서를 미국에 공개했습니다.

서울 명지대학교 북한학과의 송종환 박사는 북한이 알루미늄 관을 공개한 것은 ‘살라미 전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판문점에서 남북회담에 참여했던 송종환 교수는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이나 알루미늄관 같은 중요하지 않은 시설은 조금씩 보여주면서 정작 중요한 핵무기는 끝내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핵 신고를 둘러싸고 지루한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마치 상인들이 흥정을 하듯 양측이 서로 높고 낮은 가격을 부르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끌고 가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이번에 평양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에게 핵 신고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을 했을 공산이 있습니다. 그런 다음 미국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핵 신고의 수위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핵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각종 정치적,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모든 개별 핵신고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실리를 챙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미-북 간 ‘신뢰’라고 말합니다. 북한이 핵 신고만 성실하게 하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문제를 끝내 해명하지 못한다면 미국도 핵 신고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미국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가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차관보는 원심분리기 문제가 해명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 프로그램 신고를 앞두고 이미 지난 사흘 간 평양에서 힐 차관보와 협상을 벌인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 어떤 핵게임을 벌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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