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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차관보 방북 결과에 핵 해결 방향 좌우될 듯


북한 핵 문제가 완전한 비핵화의 방향으로 자리를 잡을지 여부는 사흘 간의 북한 일정을 마치고 내일, 5일 베이징을 방문하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성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입니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에 걸린 정치적 부담과 대북 협상가 힐의 입지를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오늘, 4일로 북한 방문 이틀째를 맞았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제 5일까지 하루 남은 일정 안에 김계관 외무성 부상 또는 북한 측 군부 인사들과 만나 교착상태에 빠진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힐 차관보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제출할 핵 신고서에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물질, 핵 시설, 그리고 핵 확산 여부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반면 북한은 완전한 핵 신고에 부정적입니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은 몰라도 지금까지 생산한 플루토늄과 핵무기는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특히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에 대해서는 아예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핵 신고를 둘러싼 워싱턴과 평양 간의 시각차를 감안할 때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매우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거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클링거 연구원은 김계관 부상이 수 차례 핵무기를 신고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신고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만일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이 실패해서 핵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힐 차관보를 비롯한 대북 협상파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피터 벡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대북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이 아직 건재하다며, 힐 차관보가 연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협상파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피터 벡 사무총장은 딕 체니 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굳건하다며, 연말까지 북한 측의 성실한 핵 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힐 차관보가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일종의 정치적 도박에 가깝습니다. 만일 이번 방북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북한 핵 문제는 내년 초부터 3단계 비핵화를 향해 순조롭게 풀려갈 것이고, 힐 차관보는 대북 협상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힐 차관보가 평양에서 빈 손으로 돌아오고 핵 신고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그의 입지는 위태롭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헤리티지재단의 클링거 연구원은 힐 차관보가 북한과의 협상 결과를 국방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에 잘 알려주지 않아 부시 행정부 내에서 벌써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거 연구원은 힐 차관보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협상을 다 하고 있다며, 국방부는 물론 국무부 내에서도 힐 차관보에 대한 불만의 조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은 방북한 힐 차관보를 돕는 것이 바로 북한 자신을 돕는 것이라고 피터 벡 사무총장은 말합니다. 북한 당국이 힐 차관보를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북한에 이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협상론자로 대화를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주창해온 힐 차관보를 맞아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외교력을 발휘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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