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군부 `김정일 위원장의 결정 번복시킬 힘 보유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이번 방북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된 관심사는 그가 자신의 희망대로 북한 군부 인사들을 만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힐 차관보가 왜 북한의 군부 인사들을 만나고 싶어하는지, 또 북한의 권력구조에서 군부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남북한이 경제협력추진위에서 합의했던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지난해 5월 열차 운행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됐었습니다.

당시 열차 시험운행은 그 전해인 2005년 당시 한국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약속됐던 일입니다.

그런데 열차 시험운행 하루 전날인 5월24일 북한 군부가 갑자기 열차 운행이 ‘정략적인 기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거부하고 나선 것입니다. 북한 군부의 반대에 부딪쳐 한국 측은 결국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행사를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이영종 연구원은 이 열차 시험운행 사건은 북한 군부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합니다. 당시 정동영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허락 받은 열차 운행을 북한 군부가 뒤집은 것입니다. 이영종 연구원은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한번 결정한 내용을 번복시킬 힘을 가진 기관은 군부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북한사회에서 군부는 ‘국가 안의 국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군부는 행정부의 한 부서일 뿐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군부가 국방위원회를 통해 북한사회를 통치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도 최고 권력 자리인 ‘국가주석’대신 ‘국방위원장’이라는 군사칭호를 쓰고 있습니다.

북한 군부는 특히 ‘제2 경제’라는 별도의 경제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군부는 제2 경제를 통해 대포와 총 같은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무역회사를 통해 중동에 미사일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문제가 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도 모두 군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당은 30년 이상 북한의 권력을 주도해 왔습니다.그러나 북한 군부는 지난 1990년대 중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도하는 ‘선군정치’의 흐름을 타고 당과 맞먹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부쩍 커졌다고 북한 전문가인 이영종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박영호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도 핵 같은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군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 위원장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부의 입장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전문가인 이영종 연구원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북한 군부 면담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어차피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측에서 문제 해결의 결정권을 쥔 사람들이 만나 협상을 벌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은 외무성 소속으로 국방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전달할 뿐 핵 문제에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힐 차관보가 군부를 만나기로 한 것은 핵 문제에 돌파구를 열기 위한 현실적인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6월 말에 이어 두 번째 북한 방문을 위해 오늘 평양에 도착한 힐 차관보가 북한 군부 인사들을 만나 교착상태에 빠진 핵 문제에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