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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단계적 비핵화 방식, 북핵 폐기에 악영향'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의 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very unlikely)하다고 미국의 한 핵 전문가가 진단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등에서 북 핵 문제를 담당했던 게리 세이모어 미국 외교협회 부회장은 또, 현재 6자회담에서 추진되고 있는 북 핵 폐기를 위한 단계적인 조치가 오래 늘어질수록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핵신고를 성실하게 이행해 연내 북 핵 합의 2단계 조치가 완료되더라도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 완전한 북 핵 폐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게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이 주장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어제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원 코러스 하우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 북한은 약간의 핵 억지력은 보유한 채 경제적, 정치적 보상을 받는 이상적인 상황을 누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대한 핵 포기 결단을 미루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만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이후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도입된다면, 이 검증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북 핵 폐기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차기 미국 행정부로부터 경수로 등 보다 많은 보상을 얻어낼 목적으로 비핵화 절차를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 핵 폐기와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저해요소는 6자회담에서 추구하는 협상 방식이라고 세이모어 부회장은 주장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 핵과 비핵산 문제를 담당했으며, 지난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 협상에 참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한 단계씩 진행할 때마다 관련국들이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과정이 계속되면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관련국들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협상이 오래 진행될수록 북한이 실질적인 의미에서 핵 보유국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세이모어 부회장은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북한은 과거 인도처럼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은 의사를 피력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차기 미국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북 핵 폐기 방식을 또 다시 채택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북한을 자극하는 강경대응 방식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이 났을 뿐더러, 이라크 상황과 중동 문제가 더욱 급하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지역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세이모어 부회장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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