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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라늄 농축 계획 존재 배제 못해' - 전문가


북한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 신고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 거래를 재조명한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애드리안 레비 씨는 파키스탄에서 아주 적은 수의 원심분리기를 사들였던 이란도 단기간에 3천개의 원심분리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며, 북한에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최근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핵무기 밀매조직과 북한을 비롯한 세계 불량국가들 간의 비밀거래를 재조명한 `기만: 파키스탄과 미국 그리고 전세계적인 핵무기 밀매 음모(Deception: Pakistan, the United States and the Global Nuclear Weapons conspiracy)'란 제목의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칸 박사는 지난 2004년 파키스탄 수사당국에 자신이 1989년부터 10년 넘게 북한과 이란, 리비아 등에 핵무기 관련 기술을 유출했다고 시인했습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영국 ‘가디언’신문의 애드리안 레비 기자는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미국 외에 정치적, 경제적 완충지를 찾으려는 파키스탄의 전략적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레비 씨는 두 나라의 연계는 1970년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버지인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대통령 때 처음 시작됐다며, 부토 전 대통령은1971년 파키스탄의 내분으로 동(東)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로 분리독립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파키스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미국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관계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소련군에 저항하는 아프가니스탄 내 반군들에 대한 무기공급 통로로 파키스탄이 이용되면서 미국의 대량 원조가 파키스탄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북한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소련이 아프간에서 물러나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고, 동시에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1992년 다시 시작됐습니다.

레비 씨는 이 책에서 당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만나 북한의 노동미사일 구매 의사를 타진했던 일화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책에 따르면 칸 박사의 부탁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이 주최한 연회에 참석한 부토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자신의 아버지 시절 두 나라의 친선관계를 상기시켰고, 결국 귀국 길에 북한 측으로부터 노동미사일 기술과 관련된 컴퓨터 디스크가 가득담긴 가방을 넘겨받았다는 것입니다.

레비 씨는 노동미사일 판매에 대한 대가로 파키스탄은 북한에 핵무기 기술을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레비 씨는 부토 전 총리는 지금까지 노동미사일 구입에 대한 대가가 어떻게 치러졌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 IMF의 통계나 당시 파키스탄 정부 관리들과의 대화를 근거로 볼 때, 파키스탄의 외환고는 바닥 난 상태였기 때문에 현금으로 대가를 지불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시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에 간여했던 이들은 북한이 현금 대신 우라늄 농축 시스템에 관한 실절적이고 기초적인 지식을 요구했었다고 밝혔다고 레비 씨는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출판된 자신의 자서전에서 칸 박사가 1990년대 이후 북한에 20여개의 우라늄 농축용 P-1, P-2 원심분리기를 넘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원심분리기를 파키스탄으로부터 수입한 사실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레비 씨는 1998년 미국과 영국에는 북한과 파키스탄의 미사일과 핵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정보가 대거 입수됐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북한 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사하는 정보가 포착됐는데, 그 것은 이동이 제한된 강도 높은 머레이징강 (maraging steel) 등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물질과 부품들이 국영 파키스탄 항공과 파키스탄 군이 운영하는 샤힌 군용기 등에 선적돼 평양으로 이동된 것이라고 레비 씨는 말했습니다.

레비 씨는 또 북한이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 서방 측은 정확한 정보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하는 부품 공급과 기술자의 교환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레비 씨는 아주 적은 수의 원심분리기를 파키스탄에서 구입해 단기간에 3천개를 만들어 낸 이란의 사례를 지적하고, 북한도 파키스탄과 거래가 이뤄졌던 시점과 현재까지 경과된 시간 내에 그렇게 했을 수 있다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으로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백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3년 이상 가동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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