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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모기장식 개방’ 성공할까?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해 ‘모기장식 개방’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모기장식 개방이란 외부에 조금 문을 열고 내부적으로는 주민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왜 모기장식 개방을 추진하는지, 그리고 이같은 시도가 과연 성공할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경제 문제와 관련해 엇갈리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일 내각 총리는 지난 달 26일 32명의 방문단을 이끌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4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어 북한 재무성 소속 기광호 대외금융 담당 국장은 지난 19일 미국과의 금융실무회의 참석차 뉴욕에 와서 ‘국제 금융체제 가입이 목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경제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전혀 다른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측통들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이 최근 각지의 장마당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함경북도의 경우 한국의 경찰에 해당되는 인민보안성 소속 보안원을 동원해 45살 이하 여성들이 장사를 하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광범위하게 확산시켜 나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3대혁명은 1970년대 중반 김정일 위원장이 주도했던 운동입니다. 이는 사상, 기술, 문화에 혁명을 일으키자는 것으로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 고취가 목적입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정창현 교수는 북한이 ‘모기장식 개방’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모기장식 개방은 말 그대로 체제를 지키면서 부분적으로 외부의 자금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처럼 오랫동안 고립됐던 국가가 개방을 하려면 집안 단속을 강화하면서 외부에 문을 여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 북한이 그런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창현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같은 특구에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나머지 지역에서는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모기장식 개방을 준비하면서 체제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권력핵심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 장성택의 사례는 이와 관련한 중요한 움직임으로 지적됩니다.

노동당 행정부장은 인민보안성과 사법, 검찰을 관장하는 자리입니다. 한국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서재진 박사는 장성택의 복귀가 체제단속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서재진 박사에 따르면 장성택은 지난 2000년 초 북한 사회에서 ‘비사회주의적 요소’를 단속하며 큰 물의를 빚었는데 이번에 복귀한 것도 체제 단속을 위한 것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벌이는 체제 단속이 ‘반짝 단속’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며칠 단속 하는 척 하다가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서재진 박사는 그 가장 큰 이유로 북한주민들의 의식이 과거에 비해 달라졌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더이상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이전의 주민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전의 북한주민들은 정부 당국의 지시에 절대 순응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지난 2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은 값싼 중국산 텔레비전을 통해 외부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서재진 박사는 북한주민들이 중국산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 소식은 물론 국제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해 부분적인 개방을 하는 ‘모기장식 개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러나 북한은 외부에 대한 개방 못지 않게 내부에서도 시장경제 요소를 수용해야만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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