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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 기권 찬반 양론 거세


유엔 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에 기권한 한국 정부의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지난해 찬성표를 던졌던 한국 정부가 올해 표결에서는 기권한 데 대해 찬반 양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청와대는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20일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수행 중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 날 기자들과 만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2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노 대통령이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며, 이는 최근 남북관계 진전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희용 외교통상부 대변인 역시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기권 결정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조희용 대변인: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저희 입장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권키로 결정했습니다.”

박덕훈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표결 이후 한국 정부의 기권에 대한 질문에 '달리 말을 해서 뭐하느냐'며 '민족은 민족이니까'라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찬성표를 던졌던 한국 정부가 올해 다시 정책을 바꿔 기권한 데 대해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40개 대북 인권단체 모임인 북한인권단체연합회는 21일 , 한국 정부의 기권을 개탄한다면서 노무현 정부는 김정일 정권과 평화, 대북 지원에 열중하고 있으나 자유와 인권이 말살된 상태에서의 평화는 거짓일 수밖에 없고, 조건 없는 대북지원은 결국 폭정 지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역시 이 날 발표한 논평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북한 인권개선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반인권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석 연구원 역시 북한의 인권상황이 최악이라는 데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면서, 정치적 이유에 따라 인권 결의안 표결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박상학 사무국장은 한국 정부의 기권 결정은 북한주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박상학: “북한주민들의 인권이라던가 자유가 대한민국 국가 이득, 집단적 정권 차원의 성격과 성질에 따라 좌우되는가. 이는 북한 인민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윤태영 경남대 교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치르는 등 최근 순조로운 남북관계 분위기에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표결 참여 여부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태영 경남대 교수: “현 정부는 애당초 출범부터 남북관계를 고려해 내정간섭 측면에서, 북한에 대해 부정적 문제를 제기하게 되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를 추진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잖아요. 지금 정부 입장에서 기권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성과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 북한에 자극을 하지 말아야 하는 측면도 있고, 그런 문제에 있어 굉장히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 같습니다. “

그러나 오일환 한양대 교수는 앞으로 남북관계에 있어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할 때 오히려 한국 정부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일환 한양대 교수: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 분명히 찬성을 했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력하게 일어날 것으로... 대북 포용정책은 주면서 북한을 변화시키는 게 포용정책인데, 이것을 적절히 펼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최용환 경기개발원 연구원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영향력 증대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정부가 좀 더 소신있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문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있는 문제를 덮고 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좀 더 소신 있게 대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사회에 있어 한국의 위상이나 영향을 볼 때 한국이 해야 할 일이 앞으로 많이 있는데 북한 문제에 휩싸여 한국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제한하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의 정치권도 한국 정부의 기권 결정에 대해 극명히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 여권은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반면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신랄히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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