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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북한 정부 시장 단속, 효과 어려워'


최근 북한에서는 정부가 시장 장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장사할 수 있는 나이에 이어 품목과 수량까지 제한하고 있고, 이에 관한 정부의 지침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의 이런 단속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특히 정부의 단속에 대한 불만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근삼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대북 지원단체 '좋은벗들'은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북한 정부가 시장 장사 단속을 강화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자 소식지에서는 단속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정부 방침을 강조하는 강연제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NK'도 북한 당국의 시장 단속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데일리 NK'는 북한 정부가 장사할 수 있는 나이를 제한한 데 이어, 이제는 시장에서 파는 상품의 가격과 품목까지 제한하는 등 보다 강력한 통제정책을 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단속이 효과를 거두기 보다는 오히려 주민들의 불만을 높여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북한은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시장을 단속했지만 최근에는 더욱 강화되는 조짐"이라면서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효과는 그렇게 크지 못한 것 같아요. 이미 시장이 상당히 확산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단속을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일시적이라는 예측을 하게 되죠. 앞으로는 절대로 안된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 시기만 지나면 또 할 수 있다, 소나기만 피해보자는 입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북한 정부의 강연제강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좋은벗들'이 공개한 강연제강 중에는 '평성에서 상급의 지시를 무시하고 30살 미만의 여성들이 계속 장사를 하고 있으며, 따라서 처벌 강도를 높인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미 시장이 경제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완전히 통제하거나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동용승 팀장의 분석입니다. 특히 정부의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많은 주민들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서 시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장마당이라는 개념보다도 시장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몰래 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주민들의 삶에서 중심에 놓여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것이 예전의 장마당 수준이 아니구요, 북한경제의 대부분이 시장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용승 팀장은 따라서 북한 정부도 시장거래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할 수 있는 나이나 품목을 제한함으로써, 시장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것을 막는 부분적인 통제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용승 팀장은 관리들의 부패를 막고, 정부에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장 단속의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의 조동호 교수는 북한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단속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필연적인 시장의 확대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이라고 하는 것이 계획에 비해서 효율적인 메카니즘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효율성에 한 번 익숙해지면 시장을 찾게 되죠. 그러니까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그것을 좀 더 풀어놓을 수도 있고 억압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확대는 필연적인 것이죠."

조동호 교수는 이어 과거 다른 공산국가들도 시장을 도입한 후 단속와 완화를 반복했지만, 결국은 시장의 확대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주민들의 사정을 무시한 단속은,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좋은벗들'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이런 불만이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자꾸자꾸 높아지죠. 왜냐하면 자기의 생존을, 그러니까 자기가 어떻게라도 몸부림쳐서 먹고 살려는 것까지도 못하게 하면 불만이 자꾸 가중되죠. 저는 그 것이 장기적으로 불안요인이 되지 않겠는가 우려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지원 활동가는 “북한의 지방관리와 시장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중앙에서는 무조건 단속하라고 하지만, 지방관리들은 주민들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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