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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 ‘탈북 브로커 통한 기획 탈북 급증’


북한에서의 생활고로 북한주민들의 탈북이 늘고 있으며, 특히 탈북 주선자, 이른바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중국, 태국 등을 거쳐 한국으로 밀입국하는 '기획 탈북'이 크게 늘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주민들이 탈북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중국 등을 거쳐 한국으로 탈출하는 이른바 '기획 탈북'이 늘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18일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탈북 주선자, 즉 탈북 브로커들은 인권활동가들이 '세계 최대의 감옥'이라고 부르는 공산주의 독재국가 북한에서 이제는 돈만 충분히 받으면 어느 누구든 탈출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며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탈북 브로커 4명의 말을 빌어 중국과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저렴한 탈북은 강을 건너고, 걷고, 태국 내 수용소에 몇 주씩 수용돼야 하며, 이런 경우 비용은 2천 달러 미만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면 1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드는 '최상급 탈북'의 경우 위조된 중국 여권으로 베이징에서 한국으로 직행 비행기를 타고 가며, 기간은 모두 합해 3주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뇌물을 받으려는 북한 국경수비대와 하급 보안요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악화된 북한의 경제사정과 거의 와해된 식량 배급체제로 최상층이 아닌 북한주민들의 경우, 음식과 다른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현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신문은 특히 최근에는 한국에 정착한 북한 군인이나 보안요원 출신의 탈북자들이 직접 탈북 브로커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개인적이거나 공식적인 연락책을 통해 북한인 안내인을 고용하고, 관리들에게 뇌물을 건낸다는 것입니다.

이 안내인들은 여름에는 중국 국경과 접해 있는 강을 수영하고, 겨울에는 강이 언 뒤 걸어 북한주민을 탈출시켜 강 반대쪽에서 중국어를 하는 안내인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탈북이 이뤄진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소개했습니다.

또한 이미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 내 가족들을 기획 탈북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한국인들도 브로커들에게 돈을 주고 북한 내 이산가족들을 탈북시키거나 중국 국경지대에서 만나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1살 난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1만2천 달러를 낸 37살의 한 탈북자는 또 다시 북한에 남아있는 어머니를 탈북시키기 위해서 최근 브로커에게 친척들과 함께 돈을 모아 줬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995년에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41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후 매 년 탈북자 수가 늘어났으며, 그만큼 브로커들의 조직망도 팽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또 전직 북한군 관리였던 탈북 브로커의 말을 빌어, 이 브로커가 속해 있는 조직망의 우두머리 브로커는 중국과 태국을 통해 오는 탈북 한 건 당 2천 달러 미만을 받지만, 이를 선불로 내지 못하면 수수료는 4천 달러로 자동으로 오른다고 보도했습니다.

탈북 브로커들이 처음에는 아주 적은 돈이나 무료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알선해줬다가, 이들이 한국에 정착한 뒤 한국 정부에서 나오는 탈북지원금을 받을 때쯤 의례적으로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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